[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의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의 늪’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하반기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있는 기업들은 당분간 방어 경영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격화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중은 상대 수출품에 대해 추가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는 등 경제 패권전쟁의 포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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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격화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중은 상대 수출품에 대해 추가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는 등 경제 패권전쟁의 포성을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재계에서는 양국 갈등의 장기화 국면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주요 수출 시장의 경기 침제가 가속화 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 시계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중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내년 미국 대선까지 힘겨루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중 미·중 대면 협상 개최 여부와 결과가 변수지만 중국의 강경 협상 의지를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내년 미 대선 이전까지 협상이 노딜 상태를 유지할 공산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수입 증가를 자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관세수입 증가분이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연말 소비시즌부터 소비둔화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리스크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돌다리도 두드리는 모습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경쟁력 저하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최근 민간투자 부진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투자 성장기여도는 -2.2% 포인트를 기록했다.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017년 2.8% 포인트에서 2018년 -0.8% 포인트로 급락했다. 2019년 상반기에는 -2.2% 포인트로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상반기(-2.7% 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투자’ 지표는 ‘민간 총고정자본형성’을 활용해 총고정자본형성은 설비투자, 건설투자,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등의 합계한 것이다.
SGI는 최근 민간투자 부진의 3대 요인으로 △기업소득 감소 △수출환경 악화 △구조조정 지연을 꼽았다. 우선 보고서는 기업소득은 2015~2017년 평균 12조9000억원원에서 2018년 -35조400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수출환경 악화도 걸림돌이다. 글로벌 수요둔화로 인한 수출의 감소는 국내 설비투자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구조 조정 지연도 문제다. 보고서는 "국내 주력산업들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하고 신성장 산업은 미흡해 한국의 투자 한계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투자마저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이를 이어 신규 투자를 촉진시킬 신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민간투자가 부진하면서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부 성장기여도가 민간 성장기여도를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부진이 잠재성장률마저 갉아먹지 않도록 정부는 투자확대를 이끌어낼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하반기 고용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올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 있는 곳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입직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48개 응답 기업 중 45.6%(113개)만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 때는 같은 응답 기업들 가운데 66.5%가 신입 공채를 진행한다고 했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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