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해 1분기 4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회복 등에 힘입어 대폭 개선된 2분기 성적표를 받았지만, 경쟁국 업체 대비 불리한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호소를 지속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손실 총합은 -7241억원으로, 1분기 대비 3조5000억원 이상 향상됐다.
업체별로 보면 GS칼텍스는 올 2분기 13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적자전환이지만, 전분기(-1조318억원)와 비교하면 9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부문별로 보면 정유부문에서는 215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나, 재고 관련 손실 축소 및 원유 도입 비용 감소로 9041억원 향상됐다. 석유화학부문은 연료비 등 변동비 감소 및 제품 스프레드 약세를 비롯한 요소가 상충됐으나, 영업이익(266억원)이 60억원 가량 늘어났다. 윤활유부문(553억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1분기 영업손실 5632억원을 냈던 현대오일뱅크는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던 증권가의 예상을 깨뜨리고 13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유가하락 및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 조정 등으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음에도 정유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낮춘 것이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보유한 덕분으로, 황을 비롯한 불순물이 다량 함유한 탓에 정제가 까다롭지만 가격이 낮은 초중질원유를 경쟁사 대비 5~6배 가량 많이 투입한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혼합자일렌 제조·카본블랙·상업용 유류터미널 등의 사업도 흑자를 시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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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적자폭이 1조7752억원에서 4397억원으로 개선됐다. 배터리·석유개발사업 수익성이 저하됐음에도 중동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 인하 등으로 석유사업 영업손실이 1조2000억원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화학사업도 연료값 하락 등 변동비 감소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580억원 확대됐으며, 윤활유사업도 미국·유럽시장 내 판매량 하락에도 원가 하락에 힘입은 마진 상승 효과로 85억원 늘어났다. 소재사업도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따른 분리막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높아졌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손실은 1643억원으로, 같은 기간 8400억원 향상됐다. 주요국 이동제한(락다운) 조치의 영향으로 윤활기유부문의 흑자폭이 130억원 가량 축소됐지만, 정유부문과 석유화학부문의 개선이 이를 상회한 것이다.
정유부문의 경우 그간 축적된 재고부담으로 정제마진 부진이 이어졌으나, 5월 이후 점진적 원유 수요 회복에 다른 재고 관련 손실 감소로 적자폭이 8300억원 급감했다. 석유화학부문도 폴리프로필렌(PP) 스프레드 개선이 파라자일렌(PX)·벤젠 스프레드 악화를 만회하면서 250억원 상당의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업계는 벙커C유를 중간제품으로 활용할 때 납부하는 세금을 유예 또는 폐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 저하를 막아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으며, 최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도 생산공정용 중유 대상 조건부 면세를 포함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실제로 7월 첫째주부터 8월 첫째주 정제마진이 배럴당 평균 -0.3달러에 머무는 등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 대비 4달러 가량 낮게 형성된 것이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여전한 항공업계 불황과 중국 홍수 등에 따른 원유·석유제품 수요 부진도 걸림돌로 꼽힌다.
업게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가뜩이나 산유국과의 거리가 멀어 부담이 크지만, 비산유국인데도 석유 수입 관세를 무는 등 세제 인센티브도 부족하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사업다각화·신규투자를 단행하는 글로벌 업체들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대응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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