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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정치사회부 기자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의사는 그 어떠한 직역보다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14일 하루 전국의 의사들은 필수 응급 분야를 제외하고 총파업(집단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 배경에는 의사에게 의무·법적책임·공공재 등을 거론한 담당부처의 고압적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무지와 무책임을 하나씩 짚어보자.
공공재와 의료의 공공성은 전혀 다르다.
공공재(Public Goods)는 시장의 가격 원리를 적용할 수 없고 누구나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비배제성의 속성을 지닌 재화다. 가장 큰 사례는 국방과 경찰, 소방, 도로, 공원 등 정부가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다르다. 민간의료기관이 전체 의료시장의 95% 이상을 담당한다. 의료 공공성을 위해 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심사로 매겨지지만, 가격 또한 버젓이 존재한다.
누군가 이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소비할 기회가 줄어 경합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MRI를 찍기 위해 길게 줄선 환자들과 수술스케줄이 꽉 잡혀있는 대형병원 전문의들이 그 예다. 소비를 위해 서로 경합할 필요가 없는 '비경쟁적인' 공공재와는 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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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의사는 공공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4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의료계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건강의료보험이라는 전체 재원을 놓고 온국민이 함께 쓰는 구조이지만, 공공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익자부담의 원칙' 또한 대부분의 의료시술에서 일부 적용된다.
책임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의사의 의대 입학부터 시작해 수련, 개원, 취업, 의료행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 분쟁 소송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 금전적인 비용 부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의료를 100% 시장에 맡길 수 없는 점은 분명하다.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인권 보호 차원에서다. 하지만 의료시장은 100% 정부 책임과 관리 하에 돌아가지 않는 영역이다.
의료를 있는 그대로 솔직히 바라보자.
이 나라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지만 의사들이 차별화된 진료를 해도 심평원이 지정한 가격 이상을 받을 수 없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심평원의 기준 이상으로 치료하거나 투약해도 돈을 더 받을 수 없다. 병원 개원과 진료, 영업, 폐원, 휴진 모두 허가받아야 한다. 진짜 억울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부가 의사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길래 사람을 빗대어 공공재라고 칭할까.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공공재 논란에 대해 "의료가 갖고 있는 공공적인 성격의 내용을 좀 강조해 발언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해명했다.
고치겠다, 실수했다,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는 보건복지부의 안이함과 무책임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