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시장은 올 한해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올해 초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품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피해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하지만 새로운 신차의 등장은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장 활성화를 만들어 냈다. 다만 어려운 시국에도 여전한 노사간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빨라졌다. 미래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0년 자동차 산업을 돌아보고 새로운 2021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노사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강성성향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로 관련업종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여전하다. 더욱이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도 해를 넘겨 임단협 교섭을 진행 하지만 벌써부터 파업을 염두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한국지엠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며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기아자동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르노삼성자동차만 교섭이 중단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연말연시라는 시기적인 상황 때문에도 내달 중순은 되어야 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강성성향의 노조집행부 때문에 난항을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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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부평공장 입구 홍보관. /사진=미디어펜 |
올해 임단협 교섭의 시작은 역시 쌍용차 노사였다. 지난 2010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 4월 일찍 노사의 별다른 이견차이 없이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조인식까지 단기간에 마무리 지었다.
노조는 회사측의 경영쇄신 방안에도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원마저 끊기며 극심한 유동성 위기속에 고용불안이 심호됨에 따라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고용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한 결과다.
현대차 노사도 올해는 코로나19의 위기를 인식하고 빠르게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 150% 및 코로나 위기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하는 내용의 합의안이 최종 타결됐다.
지난해 말 출범한 중도·실리 성향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도부는 교섭 과정에서 파업 등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자제하면서도 기본급 동결의 반대급부로 우리사주 등을 받아냄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노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갈등은 산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며 회사와 협력사들까지 피해를 입혔다.
한국지엠과 기아차 노조는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며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어려운 협력사들까지 궁지로 몰았다. 조합원들 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앞서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자금 사정이 열악한 부품업체의 여건을 감안해 최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임단협 교섭과 파업 강행 등 노사 갈등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달 초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다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18일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노조 파업과 1차 잠정합의안 부결에도 '기본급 동결'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기아차 노사도 지난 22일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잔업 복원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설령 부결되더라도 기본급 동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사모두 파업을 단행한 만큼 손실역시 크게 입었다. 업체의 파업도 문제였지만 하청업체들의 손해가 막심했다. 일부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까지 몰아넣은 만큼 적극적으로 선전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르노삼성 노사다. 지난 7월부터 올해 임단협 교섭에 착수했으나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3개월째 교착 상태다.
그 사이 르노삼성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시도하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실패했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지도부 및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기존 박종규 위원장이 연임하며 이후의 교섭 일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을 요구한 상태다. 사측은 미국향 닛산 로그 수탁생산계약 종료 등으로 11월 판매가 반토막(48.7% 감소)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과 과도한 일시금 지급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껴 교섭 일정을 미루고 있다. 최근 노조 측에 내년 1월 초 교섭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게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일감절벽에 따른 협력사들의 피해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생산절벽이 현실화되고 차량 판매가 감소한 올 초부터 1차 협력사의 공장 가동이 주 3~4일 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줄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 노사도 기본급 동결에 교섭을 타결할 만큼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며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르노삼성이 임금을 올리기는 힘들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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