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8일 취임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오세훈 시장에게 남은 임기는 1년이다. 야속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 시장의 지난 한달을 돌이켜 보면 합리적 실리주의, '안정 속 변화'라는 키워드로 함축된다. 시 내부에서는 10년 전과 달리 유연하고 능숙하다는 긍정적 평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한달간 공식 간담회 9차례, 언론 공개일정 14차례, 긴급 기자브리핑 6차례를 열면서 이슈를 선점했다.
우선 오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자가검사키트 시범도입을 추진해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원순 전 시장 사태와 관련해 시 차원에서 성추행 재발 방지책을 낸 것도 주목 받는 지점이다.
당초 오 시장에 대해선 고립무원이라는 평이 컸다. 1호 공약인 부동산 공급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시정을 조율할 서울시의회(109명 중 101명)와 일선 자치구청장(25명 중 24명)까지 집권여당 일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청년월세·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 등을 추진하면서 기존 시정을 보완·발전하는 방향을 취해 이를 극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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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 6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서 열린 '세종대로 사람숲길 개장식'을 마친 뒤 시민들과 함께 인사를 하며 걷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
통합 및 포용력 관점에서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 방문을 첫 외부 일정으로 잡기도 했다.
특히 인사 등 조직개편까지 서울시의회가 쥐고 있어 시장 혼자 마음껏 시정을 펼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시의회가 유치원 무상급식을 압박하자, 오 시장은 어린이집에 대한 급·간식비 인상을 더해 역제안하면서 수용해 시의회로부터 화답을 받았다.
인사 또한 오 시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대목이다. 오 시장은 지난 한달간 인사를 통해 1급 공무원 등 고위직 사퇴 없이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었다.
박 전 시장 취임 당시 1급 5명이 그만두었지만 이번에는 기존 간부를 승진 발탁함으로써 원 포인트 인사를 잘 마무리했다는 평이 크다. 또한 보여주기식 행정 보다는 내실을 다져 묵묵히 제대로 일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심는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쉬운 점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혼선이다.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앞서 후보 당시 '일주일 내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지만, 취임 후 도리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기정 등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와 동시에 오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날을 세웠는데, 다른 광역단체들과 함께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 및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7일 본보 취재에 "현실을 감안해 자세를 한껏 낮추는 수밖에 도리 없다"며 "주택 공급이 단적인 사례인데, 선거 전 내세운 공약과 실제 행보가 오락가락일 수밖에 없다. 주택 정책 결정을 둘러싼 구조적인 현실이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의회는 물론이고 시 공무원들 조차 1년만 기다리고 참으면 어찌 될지 모른다며 복지부동하는게 기본"이라며 "시의회와의 갈등은 잠잠한 파도 밑에서 이미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시정이든 의회든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데, 1년 임기 내에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하는 오 시장 입장에선 매우 난해한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값 가격과 주택 공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오 시장에게 가장 큰 난관일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선포하고, 나머지 모든 부동산 정책에 따른 부작용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돌리고 대립각을 세우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싸우든 선을 긋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의 지지와 부동산 민심으로 압승을 거뒀지만, 1년이라는 임기는 금새 간다. 여당 콘크리트 지지층 보다는 중도 민심을 사로잡는 행보가 필요하다.
내 집 마련을 누가 막고 있는지 명확히 하고, 집값의 대폭적인 상승을 막고 주택 공급까지 이루려면 어떠한 규제를 철폐해야 하는지 밝히면서 실제 필요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