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차별급식 시즌2 '안심소득', 부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vs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이 기능하려면 천문학적인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내세운 대표공약,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이 연일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내년 대선을 목전에 두고 기본소득을 자신의 대표 공약 '기본 시리즈' 맨 앞에 놓고 계속 알려왔고, 오세훈 시장은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이어 안심소득을 제 2호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포문을 연 것은 이 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 28일 오 시장의 안심소득에 대해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맞지 않는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이에 오 시장은 "기본소득은 금전살포를 합리화하는 포장지"라고 반격했다.
양측 공방은 사흘째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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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경기도 지사(사진 좌측)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미디어펜 |
29~30일 이 지사는 "서울만 해도 17조원으로 추정되는 안심소득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밝혀달라, 납세자가 배제되는 시혜적 선별 정책은 (이재명 기본소득이라는) 지역화폐형 정책보다 더 '선심성 현금살포'에 가깝다"고 비판했고, 오 시장은 "17조원 언급했는데 서울시 안심소득은 그 절반도 들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무늬만 기본소득이야말로 안심소득에 비해 역차별적이고 불공정하며 경기진작 효과도 훨씬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양측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 지속가능성, 둘째로 경기진작 효과 등 그 실효성이다.
오 시장의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소득 차액의 50%를 지원하는 것으로, 특정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다. 이 지사의 (보편적) 기본소득과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안심소득은 (소득에 따른) 가구별 지급단위이고, 기본소득은 개인별 단위이기도 하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소득 유무나 재산 다소와 무관하게 다 똑같은 돈을 주자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소득을 1인당 분기별 25만 원씩 연간 100만 원을 무차별로 지급하자는 복안이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연간 52조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민에게 매달 10만원씩 준다면 연간 60조 원이 들어간다. 경제학계는 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간 20조 원이면 전국민의 실업 안전망을 마련하는데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 지사는 기존 복지제도를 손대지 말고 이를 추가로 주자고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지난 1년간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맛본 표심을 노리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도 해석한다.
대체적으로 기본소득론자들은 경제성장이 계속 이어져 세수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문제는 경제위기나 실업 등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세수기반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도 '어떤 계층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 및 '지급이 지속가능하느냐'가 핵심이다.
기본소득 만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그들은 근로의욕을 잃을 가능성이 있고, 근로하지 않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면 기본소득 지급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기본소득이 현실성 없다고 보고 전국민에 대한 고용보험부터 확대하자는 의견을 냈다. 오 시장의 안심소득은 기존 현금성 복지를 부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학계는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에 대해 대체적으로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이 고도화되면서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으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돈을 주는 취지다. 반면 안심소득은 일종의 빈곤 구제로, 도움이 절실한 빈곤층을 선별 지원하는 개념이다. 필요한 재원 규모는 비교 대상이 아닐 정도로 차이가 난다.
각각 기본소득, 안심소득을 정치적 간판으로 내건 이 지사와 오 시장이 향후 국민들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내년 대선은 3월 9일 펼쳐지고 지방선거는 6월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