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은 역대급 하투를 예고하며 장기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각사 노조가 어려운 시기임를 인지하고 임금동결을 단행한 것에 따른 보상심리가 올해 임단협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정년연장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고용보장 방안 마련 등 쟁점 사안도 산적해 있어 '임단협 조기 타결'의 기준점이 되는 여름휴가(8월 2~6일) 전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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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GM 등 금속노조 지부가 교섭권을 가진 3사 노사는 이미 임단협 교섭 차수가 상당 부분 쌓인 상태지만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13차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교섭안의 수용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고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복지포인트 10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노조는 임금 9만9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의 원안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결렬 선언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앞으로 10일간 관련 사안에 대한 조정에 들어간 후 파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중단결정이 내려지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다.
또한 노조는 이와 별도로 내달 5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7일에는 전체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같은 날 기아는 노사간 3차 교섭을 진행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8이리 8차 교섭을 진행하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들 3사 노조 지부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올해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을 일괄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여기에 거액의 성과급 지급과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며 사측과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통상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성과급(평균 625만원)과 격려금 400만원 등 총 1000만원가량을 일시금으로 요구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과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비용 소요 등을 들어 큰 폭의 임금인상과 거액의 성과급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역시 흑자전환이 불투명한 상태라 임금 지급 여력이 더 떨어진다.
더 큰 쟁점 사안은 정년 연장이다. 금속노조 완성차 3사 지부는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64~65세)까지 연장할 것을 회사측에 요구하는 한편, 3사 노조가 연대해 정년연장 국회 입법화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며 인력수요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 절감이 절실한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인력 자연감소 여지까지 차단하는 정년 연장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중도·실리 성향 집행부 출범 이후 임금협상(임협)을 비교적 이른 시기(9월)에 타결하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임금동결 선례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다른 기조로 교섭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교섭 차수가 늘어날수록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낼 명분도 커지기 때문에 파업권 확보도 수월한 상황이다.
강성 집행부가 이끄는 기아와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다 연말에 이르러서야 교섭을 타결한 전례가 있다. 업계 기준점이 되는 현대차의 교섭이 늦어질 경우 이들 사업장에서의 교섭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금속노조 완성차 3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교섭이 중단됐다. 올해 임협은 시작도 못했다.
노사가 올해 초까지 지난해 임단협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경영난 극복을 위한 사측 구조조정 계획(서바이벌 플랜)에 반발한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부분 직장폐쇄로 이에 맞섰다.
사측은 6월 들어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 본격화에 따라 부분 직장폐쇄를 풀고 공장 가동도 2교대 체제로 되돌렸으나, 노조와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현재 대표교섭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의 쟁의권과 교섭권은 정지된 상태다. 르노삼성 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진행해 온 교섭이 1년을 넘기며 제3노조인 새미래노조와 제4노조인 영업서비스노조가 재교섭을 요구,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 중인 탓이다.
다만 소수노조인 3, 4 노조가 대표노조의 자리를 차지할 여지는 희박한 상태라, 르노삼성 노조가 교섭 복귀 후 다시 사측과 강 대 강 대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5사 중 노사 분쟁 이슈가 없는 곳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가 유일하다. 쌍용차 노조는 단체협약 교섭 주기를 3년으로 변경하고 지난해 삭감된 임금을 2년간 유지하는 내용의 자구안에 동의한 상태라 올해 교섭은 없다.
현재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청산가치가 9800억원 수준으로, 계속기업가치(6200억원)보다 3600억원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쌍용차의 계속기업차지에 대한 의견이 시장 트랜드의 변화를 어떻게 볼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쌍용차의 가치를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은 '노조리스크'라 불릴 만큼 악재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대내외 환경변수에 대응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전기차, 공유경제 등 시장 패러다임 변화라는 큰 파도를 넘어야 하는 만큼 교섭 주기를 늘리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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