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일 조직개편안에 이어 공약사업 예산안이 서울시의회에서 가결됐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앞 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몇 주간의 실랑이 끝에 협치의 길은 가까스로 텄지만, 2일 시의회 본회의서 2021년도 제1회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재석 83명 중 반대표가 23명 나올 정도로 민주당측 시의원들 반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예산 검토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교육플랫폼 '서울런' 예산에 대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당초 예산 48억 원 중 22억 원을 삭감해 26억원으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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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 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
특히 여기서 교육플랫폼 구축사업 18억 3500만 원을 전액 삭감해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의 장기 시행을 무산시켰다. 다른 예산의 경우 서울형 헬스케어는 전액 삭감됐고, 1인 가구 지원사업 또한 28억 원 중 20억 원이 깎였다.
예결위 위원 33명 중 30명은 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은 직접 예결위를 찾아 시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핵심 예산 삭감을 막진 못했다.
송재혁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이날 수정 취지에 대해 "서울런 사업은 교육청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서울시 운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교육 심화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만큼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시의회가 처리해야 하는 사안일수록 그렇다. 오 시장은 이날 시의회에 출석해 추경 수정안에 동의했다.
앞날이 더 문제다. 시의회나 오 시장이나 남은 임기는 10개월에 불과하다.
오 시장이 제1 공약인 '주택 공급'만 해도 서울특별시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여당 소속 구청장(총 25명 중 24명)·시의회(110명 중 101명)·국토교통부가 가로막고 있다.
서울시의 '부동산 확대 공급 대책'과 관련해, 시 관계자는 3일 본보 취재에 "지난 두 달 간 7차례에 걸쳐 1차 주민간담회를 가졌던 게 18개 단지에 달한다"며 "각 자치구나 시의회, 중앙정부에 여러모로 포위된 건 맞지만 신임 시장 취임 후 정비계획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초 지구단위계획 확정 고시까지 났으나, 전임 박원순 시장이 아파트 35층 층고제한을 시행해 사업이 가로막혔다"며 "서울시 최상위 법정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부터 올해 하반기 새로운 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해 대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핵심은 시장이 행사할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이라며 "공공시설 부담률 및 주거용적률 완화를 주요 카드로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3일 본보 취재에 "협치를 위해 이번 추경안을 의결한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의 현안과 관련해 대승적 차원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
그는 기자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 시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여 신임 시장을 뽑았는데, 시의회가 발목 잡는 것 아니냐'고 묻자 "시의회는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초점은 추경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해 무너진 민생경제를 살리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시의원이라면 이러한 추경안 취지를 잘 알고 최선을 다해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공급과 관련해 그는 "주택 공급은 택지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며 "상황은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현장 문제를 풀기 위해 구청장, 시의원 모두 오 시장에게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시장에게 남은 과제는 주요 공약사업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사 표명과 규제 완화가 꼽힌다. 서울시민 여론을 살펴보면서 여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낼 묘수가 있을지 주목된다. 남은 10개월은 금방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