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중 선두를 다투는 이낙연 전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호남 민심을 놓고 격한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 아성이자 핵심 당원들이 지역적으로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이다. 이번 대선 본경선에서도 가장 큰 캐스팅보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후보가 경선 승리를 위해 가장 공들이는 지역이다.
지난 24~25일 이재명 지사는 호남을 방문해 표심을 훑었고 이낙연 전 대표 또한 26~27일 양일간 광주를 방문해 지속적인 표 관리에 들어갔다.
설전의 중심에는 '지역주의 조장' 논란이 있다.
이 지사의 '백제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뿐 아니라 당내 여러 분, 다른 당 정치인들도 똑같이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측이) 왜 저만 잘못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우선 백제를 전국을, 이런 식의 접근 글쎄요. 저는 상식적인 반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뭘 왜곡했다는 얘기인가, 비판도 내가 제일 온건하게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영남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 이 지사의 안동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 자체가 사실과 달랐다"며 "의도도 없이 말하는 정치인이 있나요"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역주의 조장으로 왜곡한 것도 모자라 모든 책임을 이재명 후보에게 돌리는 것은 논평이 아니라 또 다른 공격"이라며 "상처를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하면 됩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당내 경선에 지역주의를 불러들인 캠프 참모진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고 재촉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은 지난 23일 중앙일보의 이 지사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시작했다.
|
|
|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전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 /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하고 손을 잡은 절반의 성공이었지 않나.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며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무엇인지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 맥락으로 읽히는 양측 공방은 백제 발언에 이어 영남 역차별 발언, 민주당 적통 발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종의 네거티브 기싸움인 셈이다.
이러한 '지역주의 조장' 논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또한 피해가지 못했다. 앞서 두 대통령 모두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에 진면해 곤욕을 치렀다.
당내 여론은 팽팽하다. 이 전 대표가 발언 해석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 지사가 시작한 발언이라 제대로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본보 취재에 "경선 투표권을 지닌 핵심 당원 중 이번 지역주의 논란에 따라 표심을 바꿀 당원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매 선거 때마다 후보간 역학구도에 따라 나오던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경선에서는 호남 적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호남 쟁탈전에서 다소 앞섰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이 대선 본선에 가서 야권 단일후보를 이길 정도로 전국적인 확장성이 있다고 장담하긴 힘들다"며 "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면, 야권 후보를 넉넉히 이길 정도로 경쟁력있다고 판단하는 후보를 뽑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지역주의 공방은 사실상 퇴로가 없고 경선에서의 파급력을 정확히 따지기 어렵다. 예측불허의 상황"이라며 "서로 사과를 촉구하는 마당에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호남의 바닥 민심잡기는 어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한 어느 캠프도 호언장담하기 힘들다"며 "다만 지역주의 악용에 대한 거부 반응, 예민한 반응 또한 호남 민심 중 하나다. 완전히 새로운 계기가 생기지 않는한 양측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본경선 열기가 예상보다 과열되면서 후보간 비방전이 빗발치자, 민주당 선관위원장과 각 캠프 총괄선대본부장들 간의 연석회의가 26일 열렸다.
당이 후보간 갈등의 골을 메꿀 묘안을 낼지 주목된다.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지역주의 조장에 앞장선 후보가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순 있지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