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의 19세 고졸 신인투수 이의리가 '의리의리한' 첫 올림픽 출전을 마쳤다. 미국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하며 KIA뿐 아니라 한국 야구대표팀의 '차세대 좌완 에이스'라는 사실을 인증 받았다.

이의리는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2020 도쿄올림픽' 패자부활 준결승에 선발 등판, 5이닝을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쳤다.

비록 선취점도 내주고, 홈런도 맞고, 1-2로 뒤진 상황에서 물러나긴 했으나 올해 프로 입단한 19세 신인 투수가 '미국대표팀'을 상대로 이렇게 훌륭한 피칭을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앞서 이의리는 지난 1일 열린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것 치고는 빛나는 피칭이었다.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두 경기 선발을 책임지는 것으로 이의리는 사실상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날 미국전 승패에 따라 이틀 후인 오는 7일 결승전 또는 3-4위전을 치르는데 이의리가 마운드에 또 오를 일은 없다.   
 
이날 미국전에서 이의리는 사흘밖에 못 쉬고 선발 등판했음에도 씩씩하게 볼을 뿌렸다. 1회말 에디 알바레즈-타일러 오스틴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좋은 출발을 했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들쑥날쑥해 3번타자 트리스턴 카사스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토드 프레이저에게는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맞고 2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에릭 필리아를 유격수 땅볼 유도해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넘겼다.

2회말에는 선취점을 내줬다. 1사 후 마크 콜로즈배리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 다음 타자 닉 앨런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콜로즈베리의 2루 도루를 허용한 다음 잭 로페즈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3회말은 연속 삼진에 이은 내야 땅볼로 완벽한 피칭을 하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코너를 찌르는 직구와 타이밍을 뺏는 변화구가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잘 던지던 이의리는 4회말 실투 하나에 추가 실점하고 말았다. 2아웃까지 잡은 다음 제이미 웨스트브룩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들어가며 통타당해 좌월 솔로홈런을 내줬다. 그래도 다음 타자 콜로즈배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잠잠하던 한국 타선이 5회초 한 점을 만회했다. 허경민의 사구, 김혜성의 안타에 이어 박해민이 적시타를 쳐 1-2로 추격했다. 다만 계속된 1사 1, 2루에서 강백호의 병살타가 나오며 동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연속 삼진 후 연속 안타로 2사 1, 2루의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강타자 카사스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스스로 불을 끄는 것으로 이날 피칭을 마무리했다. 이의리가 재빨리 1루 베이스커버 들어가 5회말을 끝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의리는 1-2로 뒤진 상황에서 물러나 패전투수가 유력하지만, 2경기 연속 5이닝 투구에 삼진을 9개씩 잡아낸 역투로 올림픽 무대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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