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13년간 '운좋게' 지켜온 올림픽 챔피언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두 번 주어진 결승 진출 기회를 모두 놓쳤고,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올림픽 2연패 목표 달성에 실패한 야구대표팀,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5일 열린 미국과 패자부활 준결승에서 투타 모두 열세를 면치 못한 채 2-7로 졌다. 전날(4일) 일본과 준결승에서는 승부처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결정타를 얻어맞으며 2-5로 진 바 있다.
이로써 한국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7일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 3-4위전에서 동메달이라도 얻기 위해 싸우게 됐다.
|
|
|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
동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야구대표팀은 실패했다. 숙적 일본에 패했고, 미국에는 조별리그 포함 두 번이나 졌다. 그동안 한국의 승리라고 해봐야 이스라엘에 두 번 이기고 도미니카공화국을 한 번 이겼을 뿐이다. 이스라엘과 조별리그 첫 경기는 연장 끝에 힘겹게 이겼고,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만났을 때는 1-3으로 뒤지다 9회말 역전하며 간신히 이겼다. 시원하게 이긴 경기는 이스라엘과 두번째 만났을 때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뿐이었다.
한국 야구가 잇따라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이자 이번 대회에서 부진한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계속 기용했던 김경문 감독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주전포수이자 4번타자 중책을 맡았던 양의지(NC 다이노스)는 평소 그답지 않게 난조에 빠졌다.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대회 타율이 0.105(19타수 2안타)밖에 안된다. 중요한 찬스를 번번이 놓쳤고, 타격 부진은 최고 장점이었던 포수 수비에서도 실수로 이어졌다.
1루수를 맡았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도 도통 타격감을 찾지 못해 타율이 0.167(18타수 3안타)에 머물렀다. 급기야 양의지와 오재일은 미국과 준결승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올 시즌 4할대 타율을 넘보며 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강백호도 좋았던 타격감을 한국에 두고 온 듯하다. 이스라엘을 콜드게임으로 누를 때 4안타 맹타로 반짝 활약한 외에는 방망이가 매섭게 돌지 못했다. 대회 초반 4번타자로 중용됐던 강백호가 타격 부진에 시달려 김경문 감독은 양의지에게 4번을 맡겼는데, 이것이 양의지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해 연쇄 부진을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몇몇 선수가 부진한 것을 두고 과한 비판을 할 이유는 없다. 선수들 컨디션이 다 같이 좋을 수는 없다. 김현수(LG 트윈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처럼 제 몫을 해내는 타자들도 있고 대표팀 막내인 신인 이의리(KIA 타이거즈)처럼 깜짝 맹활약을 한 투수도 있다. 어차피 팀으로 움직이는 종목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은 동료들이 메우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된다.
김경문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대표선수 선발 당시부터 몇몇 선수를 뽑았다는 이유로, 몇몇 선수를 뽑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 기용(양의지 오재일 등의 계속된 출장)을 두고 비판 받기도 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을 선발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가능성도 있지만, 가정일 뿐이다. 김 감독이 과감하게 대표로 선발하고 두 경기나 선발을 맡겨 성공을 거둔 이의리가 있다. 공수에서 맹활하고 있는 내야수 오지환, 김혜성도 있다. 이들을 대표로 뽑고, 믿고 기용한 것만 해도 김 감독의 선수 보는 눈을 알 수 있다. 투수 교체 시기가 한 타임 빠르거나 늦었다는 비판은 결과론일 뿐이고, 양의지 기용 문제는 2008 베이징 대회 때 이승엽(부진 끝 결정적 한 방)을 돌아보면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
|
|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
이번 대회 실패의 원인은 좀더 넓게 봐야 할 듯하다. 이미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걱정을 샀던 '에이스 부재' 문제는 심각하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같은 확실한 에이스가 이번 대표팀에는 없다. 또한 이승엽, 이대호처럼 타석에 서 있기만 해도 상대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줬던 간판 거포도 이번 대표팀에는 없다.
대표팀을 구성할 선수 자원이 많이 허약해진 것이 분명하다. 국내 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잘 한다고 해서 FA 등을 통해 몸값만 높아진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 대신 폼 잡는데만 더 신경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올림픽 직전 불거진 '호텔 술자리 파문'도 대표팀에는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리그 중단을 부른 사태로 인해 한창 타격감과 투구감을 끌어올려야 할 대표선수들은 1주일간 실전 공백을 가졌다. 대표팀에 선발됐던 박민우(NC) 한현희(키움)는 술자리 스캔들에 연루돼 사퇴했다.
물론 대체선수들이 못한 것은 아니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사기는 떨어지고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술자리 파문이 특정 구단의 한두 선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여러 구단의 많은 선수들이 연루됐다는 점은, 이들 사이에서 대표선수를 뽑아야 하는 한국 야구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의 부진. 대표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야구의 문제이며 아픈 매를 맞아야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