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가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도 못 건졌다. 최소한의 자존심도 끝내 지키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 신화를 일궈낸 후 올림픽에서 야구 종목이 없어져 13년이나 '올림픽 챔피언' 타이틀을 지켰던 한국이다. 그러나 야구가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정상 수성은 고사하고 동메달조차 놓치고 말았다.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한국은 일본, 미국과 치른 준결승 및 패자부활 준경승에서 모두 져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4-3 역전승을 거둔 바 있었던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동메달은 따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마저도 해내지 못했다. 특히 한 점 앞서고 있던 8회초 '끝판대장'으로 불리는 오승환이 일찍 마무리로 등판했다가 난타 당하며 5실점한 것이 충격적이었다.

선발투수 김민우 카드부터가 실패였다. 김민우는 1회초 투런과 솔로 홈런 두방을 연타석으로 맞고 아웃카운트 하나밖에 못 잡은 가운데 조기 강판했다. 0-3으로 리드를 빼앗긴 후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던 차우찬도 안타와 볼넷, 희생플라이로 1실점(김민우 자책점)해 한국은 처음부터 0-4로 끌려갔다.

그래도 한국대표팀은 이를 악물고 분발했다. 일본전에서 패배를 불렀던 고우석이 2회부터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한국은 2회말 벅건우의 적시타, 4회말 김현수의 솔로홈런으로 한 점씩 만회하며 차근차근 추격했다.

4회초 등판해 호투하던 박세웅이 5회초 2사 후 안타와 2루타를 연속으로 맞고 추가 1실점해 한국은 2-5로 뒤졌다.

5회말이 한국에는 축제였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된 5회말 공격에서 대거 4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양의지, 김혜성, 박해민이 3연속 안타를 때려 1점을 만회하고 상대 선발 라울 발데스를 강판시켰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무사 1, 3루에서 허경민의 투수 땅볼로 한 점을 더 내 4-5로 바짝 따라붙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잇따라 투수교체를 해가며 위기를 넘겨보려 했으나 박해민의 기습적인 3루 도루와 상대 폭투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김현수와 대타 오재일이 연속 볼넷을 골라 2사 1, 2루 찬스를 다시 엮자 강백호가 천금의 중전 적시타를 쳐 6-5로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역전 리드를 잡자 5번째 투수로 6회 등판한 조상우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초에는 2사 만루 위기가 있었지만 혼신의 피칭으로 실점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8회초가 되자 마무리 오승환 조기 투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오승환이 무너지면서 한국의 동메달도 날아가고 말았다. 

오승환은 첫 타자 제이슨 구스만에게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와 내야 안타,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폭투까지 범해 동점을 헌납했고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를 맞아 6-8로 역전을 당했다. 곧이어 요한 미에세스에게는 2점 홈런까지 얻어맞고 4점 차로 벌어지면서 만회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동메달은 도미니카공화국 차지가 됐다.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러 3승 4패를 기록한 한국은 출전 6개국 가운데 4위의 성적에 그쳤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