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1 KBO리그 프로야구가 오늘(10일)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전반기 잘 나갔던 팀은 더 큰 꿈을 품고, 전반기 부진했던 팀은 반등을 노리고 새로운 다짐으로 맞을 후반기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큰 위기 속 후반기를 맞는다. 어쩌면 위기를 넘어 몰락할 지경에 처한 40년 역사의 KBO리그다.
무려 3개 구단 선수들이(드러난 것만) 연루된 방역수칙 위반 호텔 술판 파문으로 프로야구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 7월 초였다. 한 달 정도 지났다. 몇몇 선수들의 그릇된 행동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나왔고,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불렀다. 해당 선수들은 KBO와 구단의 징계를 받아 후반기 아예 출전을 못하거나 상당 기간 출전정지를 당했다.
큰 부담 속 올림픽이 열렸다. 야구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팀의 체면도 지켜야하고, 가라앉은 야구계에 활력도 불어넣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일본으로 향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두 번 주어진 결승 진출 기회에서 한국대표팀은 일본, 미국에 모두 져 3-4위전으로 밀렸다. 실력 차도 있었지만, 양의지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패인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치른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믿는 도끼(마무리 오승환)에 발등을 찍히며 쓰라린 재역전패를 당했다.
올림픽에서 야구대표팀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가뜩이나 싸늘했던 팬심이 아주 냉랭해졌다. 전방위적인 비난이 '우물안 개구리' 같았던 한국야구를 향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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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우현, 브룩스. /사진=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
이미 '불난집'과 같아진 프로야구. 후반기 시작을 하루 앞둔 9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키움 히어로즈는 소속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댜. 경기 재개를 눈앞에 둔 8일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경찰 조사 중이어서 대리운전 여부 등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속팀 선수(한현희 안우진)가 술과 연루돼 그 난리를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음주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또 벌어졌다.
불난집에 부채질을 한 셈이 된 송우현의 음주운전이다.
이걸로 끝도 아니었다. 이날 KIA 타이거즈는 에이스 역할을 해온 외국인투수 애런 브룩스를 퇴단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가 더욱 충격적이었다. 브룩스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전자담배에 대마초 성분이 포함돼 세관의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줄 몰랐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흡입 여부와 상관없이 대마초 구입은 엄연히 불법이다.
음주운전도 모자라 이번엔 '마약(대마초)'까지 등장했다.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아예 기를까지 끼얹은 모양새다.
야구팬들은 이제 비난에도 지친다는 분위기다. 프로야구가 무슨 범죄영화 찍는 곳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프로야구는 위기에 빠졌다. 단순한 위기가 아니다. 실망도 한두 번이라야 봐주고 넘어간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19 시대다.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많은 주목을 받고, 고액 연봉을 받고, 스타 대접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매사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악재의 연속이다.
위기를 넘어, 몰락의 길로 들어선 듯해 우려스러운 한국 프로야구다. 홈런을 펑펑 쳐도, 폼나게 삼진을 잡아도, 승리를 해도, 팀 순위를 끌어올려도, 우승을 해도, 팬들의 외면을 받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게 프로야구다. 구단이나 지도자의 자성도 있어야 하고, 선수들의 반성과 자정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 난리 속에서도 또 일탈행위가 나온 것을 보면 크게 기대감을 갖기도 힘들지만… 팬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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