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업종 협업·투자로 디지털 플랫폼 강화 추진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업계 1위인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 21조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금융당국의 디지털 금융혁신을 등에 업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기존 은행과의 역차별 지적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에 맞서는 금융사들의 방어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빅테크의 최대 강점인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기존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불과 4년 만에 대형금융사까지 위협하는 '고래'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에 맞선 대형금융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기존 금융사들도 빅테크의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비금융 사업과 손잡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조용병 회장 직속의 디지털 플랫폼 추진 조직인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추진단'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부장급 추진단장과 실무자를 포함한 30명으로 구성된 TODP 추진단은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콘텐츠 발굴을 목표로 한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


조 회장은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를 강조하며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구축한 디지털 전환 구동 체계를 바탕으로 현장과 본부, 국내와 글로벌, 신입직원부터 리더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다양한 업종과의 협력이 필수요소임을 간파한 조 회장은 혁신 디지털 플랫폼 기업 3곳에 총 77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4월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 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조성했다.

고객과 시장이 인정하는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선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의 협력과 과감한 투자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조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신한금융은 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 분야별 유망·선도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인 '신한 디지털 얼라이언스(Shinhan Digital Alliance)'를 구축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겠다는 게획이다.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도 디지털 플래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3000억원을 들여 디지털 플랫폼화를 비전으로 한 '더 넥스트(The NEXT)'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채널에 구분 없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점과 신한 쏠(SOL), 고객상담센터 등 은행 전 채널의 고객 데이터와 마케팅 정보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특정 채널에서 거래가 중단되더라도 다른 채널에서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거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고객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과 거래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의 업무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데이터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은행의 데이터 관리정책과 기준을 재정비하는 한편, 데이터의 추적 관리가 가능한 데이터 네비게이션을 통해 은행의 데이터 활용 및 분석 환경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 디지로그 브랜치 서소문 내 CX Zone./사진=신한은행 제공.


고객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최근에는 서소문(리테일), 남동중앙금융센터(기업), PWM목동센터(WM) 등 세 곳에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 브랜치를 오픈했다. 다음 달에는 한양대학교에도 이를 오픈할 예정이다.

디지로그 브랜치는 '은행 같지 않은 은행'을 목표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고객에게 즐겁고 혁신적인 금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된 공간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을 활용한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프로세트, 콘텐츠, 공간 등 은행의 모든 것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지점에 따라 고객군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가령, 기업고객이 주로 찾는 남동중앙금융센터에는 국가지원사업, 파생 상품 등 기업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디지털 기반으로 제공하는 고객용 콘텐츠가 추가로 마련됐다. 고자산 고객을 위한 신한PWM목동센터에서는 금융정보와 함께 아트 큐레이션, 미술 경매, 와인, 골프 등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테이블을 준비하는 식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과 휴먼터치를 결합한 디지로그 브랜치는 빅테크와 차별화한 신한은행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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