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6년만에 참가한 가을야구를 단 이틀만에 허망하게 마무리했다.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3-11로 졌다. 9일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1차전에서 4-6으로 패했던 삼성은 2연패를 당하며 그대로 탈락했다.

삼성은 너무나 아쉽게도 2021시즌을 마감했다. 정규시즌서 kt 위즈와 동률 1위를 기록했으나 최종 2위가 됐다. 예년 같았으면 상대 전적에서 앞선(9승1무6패) 삼성이 우승을 했다. 하지만 동률 1위일 경우 우승 결정전을 갖는 것으로 바뀐 규정 때문에 kt와 단판 승부를 벌여야 했고, 0-1로 석패하면서 2위로 밀렸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만났다. 그리고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1, 2차전을 내리 졌다.

   
▲ 2차전에서 제 몫을 못하고 일찍 강판된 백정현,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정규시즌 2위 삼성과 4위 두산의 이번 맞대결은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다. 두산은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LG와 준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르고 올라와 선수들의 피로도가 쌓인 상태였다. 더구나 두산은 두 명의 외국인선수 미란다와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시즌 14승과 9승을 올린 선발 두 명의 공백이 생겨 마운드 전력이 정상이 아니었다.

반면 삼성은 시즌 16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에이스 뷰캐넌을 비롯해 나란히 14승을 올린 토종 듀오 백정현과 원태인을 보유, 선발진에서 두산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들 3명의 승수만 합쳐도 44승이다. 여기에 44세이브로 타이틀을 차지한 '끝판왕' 오승환이 버티는 불펜도 두산보다 뒤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44승 선발진도, 44세이브 마무리도 '미라클 두산'의 광풍 앞에는 소용이 없었다.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뷰캐넌이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그나마 제 몫을 했지만 초반 기세 싸움에서 2-0 리드를 못지키고 역전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수비도 타선도 뷰캐넌을 도와주지 못했다. 

3-4, 한 점 차로 뒤진 삼성이 추격 희망을 갖고 있던 9회초 2사 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오승환은 참담했다. 박세혁에게 홈런을 맞은 데 이어 3연속 안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해 고개를 떨궜다. '끝판왕'의 굴욕이었다.

   
▲ 1차전에서 9회초 2사 후 등판해 2실점한 후 물러난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2차전은 삼성 마운드가 처음부터 무너졌다. 선발로 나선 백정현이 1⅓이닝 4실점하고 조기 강판했고, 급한 불을 끄러 나왔던 최지광(⅓이닝 1실점)도 부진했다. 2회말 계속된 위기에서 투입된 원태인도 1⅓이닝 2실점으로 평소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체됐다. 두 명의 14승 투수가 경기 초반도 못 버티고 줄줄이 실점하고 일찍 강판됨으로써 삼성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다.

접전 상황이 되면 언제든 등판할 계획이던 오승환은 초반부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1차전 부진을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두산의 2차전 선발로 나섰던 김민규의 시즌 승수는 2승이었다. 김민규는 2이닝만 던지고 물러났지만 그래도 무실점 호투를 했다. 초반 기세 싸움에서 두산에 승기를 안겨 14승 투수 백정현과는 비교가 됐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왕조를 구가했던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했다. 그 이후 5년간 하위권에서 맴도는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이번 시즌 6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라 우승까지 꿈꾸고 있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연패하며  일찍 꿈을 접고 말았다.

삼성의 부활을 가로막은 두산은 또 한 번 기적을 연출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산은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신기원을 열었는데, 두산이 깬 이전 최고 기록이 바로 삼성의 6년 연속이었다. 삼성 팬들에겐 여러모로 아픈 기억을 안긴 2021년 플레이오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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