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 적용 기준 대폭 완화…분양가 기준 폐지
수요자 혼란 우려…'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 하락
코로나19 태풍에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맏형' 현대건설도 힘든 시기를 겪으며 사업과 조직 전반을 긴축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돌입했다.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건설의 키를 쥔 윤영준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윤 대표의 취임 첫 해 성적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윤영준호 현대건설 '첫 해'②-브랜드]'힐스테이트' 버리고…'디에이치' 정체성 모호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윤영준 체제 돌입 이후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주택브랜드 '디에이치'가 정체성을 잃고 있다. 분양가 기준 폐지 등 적용 범위를 확대시키며 '디에이치'를 남발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디에이치' 사용이 기존 주택브랜드 '힐스테이트'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대한민국 프리미엄 주거 문화의 기준', '입지의 엄격함' 현대건설 디에이치 광고./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 2015년 '디에이치'를 론칭했다. 적용 기준은 '일반 분양가 3.3㎡당 3500만원 이상 고가 아파트'였다. 실제 현재 입주를 완료한 디에이치 단지들의 3.3㎡당 평균 일반 분양가를 살펴보면 △디에이치 자이 개포 4160만원 △디에이치 라클라스 4687만원 △디에이치 아너힐즈 4137만원 등이다.

하지만 윤영준 대표이사 취임 후 현대건설이 수주한 마천4구역(디에이치 클라우드)의 경우 일반 분양가가 적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조합 설립(2015년 7월)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며 정비구역 해제 위기까지 놓인 현장이다. 지난 4월 사업시행인가를 득하고 지난달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마천4구역의 조합원 평균 분양가는 전용면적별로 △59㎡ 6억3150만원 △84㎡ 8억3000만원이다. 일반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마천4구역 인근에 위치한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3.3㎡당 2300만~26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일 전망이다. 마천4구역의 84㎡ 예상 일반 분양가는 약 9억1700만원, 3.3㎡당 2697만원 대이다. 이는 디에이치 적용 기준보다 3.3㎡당 803만원 낮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초 론칭 시 적용했던 디에이치 기준은 변경됐다"며 "정확한 (폐지) 시점은 공개할 수 없지만, 현재 디에이치 분양가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기준 폐지와 함께 지역 조건도 대폭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 서초 등으로 지역을 한정 짓지 않고 지방도 인구 100만 이상 광역시에는 디에이치를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어느 단지에서든 디에이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완화시킨 것"이라며 "취임 첫해 성과에 대한 윤 사장의 부담감이 '디에이치' 남발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사진=현대건설


◆윤영준, 정비사업 수주 실적 쌓기 급급해 무리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기준 완화는 취임 첫 해 부진한 정비사업 실적을 의식한 윤영준 사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올초 취임한 윤영준 사장을 '주택통'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32년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며 한남3구역(재개발)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정비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윤 사장은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집주인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직접 조합원이 되는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LH 투기 논란'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윤 사장 취임 이후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현대건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윤 사장은 지난 6월 도시정비사업부 내 사업추진 전담 조직을 만들어 수주영업과 사업추진을 분리하는 등 정비사업 수주에 힘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1위였던 현대건설은 3위로 밀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1위는 3조6916억원(17개 사업지)을 수주한 포스코건설이고, 2위는 3조5867억원(13개 사업지)의 수주고를 올린 대우건설이다.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3조1352억원(13개 사업지)에 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임 첫 해 실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면 기존 브랜드의 가치마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고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 강화에 집중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물산, GS건설 등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 리뉴얼을 선택했고, GS건설은 커뮤니티 서비스 '자이안 비'를 통해 아파트 품질 관리에 더 집중하며 기존 브랜드 '자이'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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