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백화점-마트 수장 외부인사로 모두 교체
외부 인사 '활개칠 수 있는' 조직문화 만들어야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9년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정기 임원인사만 벌써 3번째다. 유통계열사 실적 부진이 화두였던 만큼 해마다 ‘칼바람’이 불었음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이번에는 유통과 호텔 등 주요 사업 부문에 외부 인사들을 파격적으로 영입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순혈주의 타파는 외부인재가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제까지 신동빈 회장의 인재영입은 이 전제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롯데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2017년 쿠팡의 온라인·모바일 쇼핑 전문가를 롯데마트 상무보급 임원으로 모셔왔다. 지난해 9월 롯데쇼핑은 11번가 출신의 임현동 이커머스 플랫폼센터 상품부문장을 영입했다. 임현동 상품부문장은 1년 만에 롯데쇼핑을 떠났다. 

공채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보수적인 롯데에서 소수의 외부인사는 ‘굴러온 돌’ 취급을 받기 일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윗선 한 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직원들의 한탄이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신동빈 회장 이번 인사의 핵심은 순혈파 와해다. 외부인사 한둘로 회사를 바꾸기 어렵다면, 여러 명을 동시에 영입해 외인구단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순혈주의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면서, 외부 출신 인사들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효과를 위해서다.  

롯데그룹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유통사업군이 대표적이다. 창사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를 부회장 자리에 앉혔다. 롯데 유통의 중심인 백화점 사업부도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대표가 맡았다.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 역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으로 바깥에서 온 사람이다. 롯데 유통 양대 축 백화점과 마트의 수장이 모두 외부 인사로 갈렸다. 

식품과 쇼핑, 호텔, 화학 4개 HQ(헤드쿼터)의 수장도 외인과 순혈의 비율이 동등해졌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와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사장)다. 

아직까지 롯데의 시도에 대한 내외부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하지만 귀를 열고 시도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만큼은 분명하다. 인사는 났고, 이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할 차례다. 

내년 인사는 ‘칼바람’이 아닌 ‘안정 속 변화’ 정도로 롯데그룹 인사 키워드가 바뀌길 바라본다.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물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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