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디지털 금융'에 맞선 대응에 방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디지털 금융'을 둘러싸고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빅테크와 맞서 살아남기 위해선 "업(業)의 경계를 허문 '플랫폼 강화'가 최우선"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 (왼쪽부터)윤병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각 사 제공.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전면 시행으로 디지털 금융환경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뛰어넘는 플랫폼 구축을 기반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행하기 위해 대인호변(大人虎變)의 자세로 끊임없이 혁신할 것"을 주문하며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No.1(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 앱으로 자리잡고 계열사의 앱들과 상호 연계와 보완을 강화하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고충점(Pain Point)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면서 진정한 고객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힘을 모아 정밀한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초개인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빅테크 등 경쟁사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기존 금융사들 역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에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그룹 미션인 신한WAY 2.0을 바탕으로 신한만의 고객 경험을 만들어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역설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우리는 종합금융으로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보다 훨씬 많은 자산과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점을 한 단계 높여 경쟁에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 등 우리만이 가진 강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며 "손님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금융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테크의 진출이 어려운 기업 손님들을 위한 디지털 맞춤 서비스와 그룹이 가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일환 가운데 '디지털 초(超)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진 회의의 주요 아젠다는 테크 기업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라며 "4차 산업혁명이라던 ABCD기술은 이미 수없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고, 최근 디지털 분야에서 큰 화두인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신기술들은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한 논의가 시작될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과감히 혁신하되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모든 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도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잘 해왔던 사업모델과 사업운영 방식도 과감히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내부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까지도 고객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혁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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