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으로부터 독립 1년을 맞은 시점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인테리어와 바이오 메스에 이은 3호 인수 작업으로, 반도체 계열사 LX세미콘의 입지 확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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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
27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매그나칩 반도체' 인수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다음주 중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할 예정이다.
매그나칩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로, DDI 설계·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글로벌 시장 내 해당 분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30%로, 삼성전자(52%)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매출은 5420억2590만원, 영업이익은 552억2245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10.19%다.
매그나칩의 본사와 공장은 충북 청주와 경북 구미에 있지만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상태다. 지난 25일 기준 시가총액은 8430억원 수준이나 경영권 프리미엄과 공개 매입을 통해 지분을 모두 인수해야 한다는미국 상장사 거래 규정까지 감안하면 약 1조원 수준에서 M&A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재계 평가다.
LX그룹은 LG그룹에서 분할하며 반도체 자회사 LX세미콘(구 실리콘웍스)도 편입했다. LX세미콘도 DDI 사업을 하고 있어 매그나칩과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DDI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의 약어로, LDC나 PDP등의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수많은 화소를 구동하는데에 활용되는 칩을 뜻한다.
LX그룹이 반도체 기업을 사들인다는 것은 범 LG가 입장에서 보면 큰 의미를 갖는다. 과거 외환 위기로 산업계 전반이 휘청일 때 김대중 정부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명 하에 대기업들로 하여금 자회사 맞교환을 하는 '빅딜 정책'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중복 과잉 투자의 비효율성을 해소하자는 게 당시 정부 방침이었다.
1997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18.8%, 현대전자 9%, LG반도체 6.7% 순이었다. 정부는 현대전자 규모가 더 크다는 이유로 LG그룹에 반도체 사업 포기를 종용했고,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은 완강히 버텼다. 정부는 채권 은행단을 통해 만기 대출금 회수 조치를 하도록 했고, 결국 1999년 1월 구 회장은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과 만나 반도체 사업 포기를 약속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범 LG가의 일원인 LX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다시금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LX세미콘은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로, 구본준 회장은 관련 분야 성장 가능성을 높게 샀다.
코로나19 시국은 DDI 반도체의 몸값을 올리는 데에 일조했다. 재택 시간이 길어져 모니터 등의 영상 표시 장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서다. 2021년 매출은 1조8988억원, 영업이익은 369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비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292% 올랐다.
LX세미콘의 주 고객사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로 범 LG가문 아래에 있는 전기·전자회사다. 실제 매출의 75%를 LG그룹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그나칩 인수가 이뤄지면 수익처와 제품군, 고객 모두를 다변화 할 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오는 5월 LX그룹은 LG그룹으로부터 분리 1주년을 맞는다. 지난달에는 유리 브랜드 '한글라스'를 보유한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25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인수 주체는 LX인터내셔널이었지만 건자재 기업 LX하우시스와의 협업이 기대된다. 인테리어 외에도 유리는 전자기기에도 활용되는 등 다방면으로 쓰임새가 큰 소재다.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와 같은 기업들로도 거래처를 넓힐 경우 LX그룹 전체가 사세를 키우는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19일에는 LX인터내셔널의 DL그룹 계열 바이오 메스 기업 포승그린파워의 지분 63.3% 인수를 승인했고, 올해 2월에는 물류기업 '에코앤로지스부산'을 설립해 3500억원을 들여 부산에 친환경 복합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LX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매그나칩 인수가 완전 확정된 것도, LX세미콘이 인수 주체가 된 것도 아니나 검토 중인 단계"라며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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