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율 증가속도 빨라
국내 가계부채가 1860조원에 이르는 등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현재 연 1.75%의 기준금리를 최대 2.2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어서 특히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저소득층을 포함한 청년층, 자영업자의 잠재 부실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 및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출구 전략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연거푸 오르는 금리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2년 전 서울 동대문구에 아파트를 마련할 때만 해도 대출금리가 이 정도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를지 몰랐다.

당시 2%대 중반에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김씨는 아파트값이 더 치솟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감행했다. 초저금리라는 이점을 생각하며 금리가 금세 오르지 않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도 한몫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대출금리도 훌쩍 뛰었다. 문제는 현재 3%에 육박한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른다는 점이다. 김씨는 "기준금리가 앞으로 2~3차례 올라 대출금리가 3%중반을 찍으면 연간 이자비용만 3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소득은 한정돼 있어 앞을 내다보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

20~30대 청년층이 짊어진 가계부채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확대된 청년층 가계부채는 전체 가계부채 급증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청년층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 정책당국의 출구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 가계부채는 지난해 6월 485조79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398조5500억원에서 이듬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고, 1년 6개월 만에 86조원 불어난 셈이다.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율은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투자 열풍에 따른 '영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청년층의 거래 비중은 36.6%에 달한다.

소득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젊은 층이 무리하게 빚을 내 자산투자에 뛰어들면서 나머지 연령층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실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20~30대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2.8%로 집계됐다. 이는 여타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청년층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9%로 2분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층 가계대출의 경우 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 은행권 대출이 전체 대출의 69.8%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대출이 증가하면서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청년층의 은행권 대출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연 1.75%에서 최대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대출의 지표금리가 되는 시장금리도 올라 차주의 이자부담도 커진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6%대에 도달했고, 7%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대출 중 약 80%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12조원이 증가한다고 한은은 추산한다.

다만 청년층의 소득이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빚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대내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자산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소득이 충분치 못한 청년층의 충격 흡수 가능성이 낮아 이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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