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알리는 취임사를 통해 ‘자유’를 35번 언급한 가운데 자유에 기반 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의 가장 큰 가치는 경제적 가치고, 이 가치의 핵심은 기업에 있다는 의견이다.
미디어펜은 2일 오후 2시 전희경과 자유의 힘 후원으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열고 이 같은 진단을 이끌어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에서 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음을 지적하고, 기업에 대한 불신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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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진호 미디어펜 부사장,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자유인포럼 대표,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전희경 전 국회의원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포럼 사회를 맡은 현진권 자유인포럼 대표는 “자유의 큰 축이라고 볼 수 있는 경제적 가치의 핵심은 기업에 있다”며 “기업은 공급자이면서 수요자를 창출해낸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곧 기업경제와 같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 대표는 “기업에 대한 불신이 높으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고,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의 성장도 불가능하다”며 “기업에 대한 불신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포럼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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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사회를 맡은 현진권 자유인포럼 대표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발제자로 참석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에 대한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기업에 대한 이론이 정립 돼야 한다”며 “주식회사 법에 따라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 교수는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기업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가치론’과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이해관계자론’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이 기업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때문에 그는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이라는 ‘기업목적론’에서 벗어나 ‘법인을 통한 주식회사가 가장 보편적인 기업 형태’라는 점과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처해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기업존재론’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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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발제를 맡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신 교수는 기업존재론을 제시한 후 △주주는 주식의 주인일 뿐이다 △법인이 만들어지는 순간 기업의 소유와 통제가 분리된다 △기업은 영속을 추구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라는 ‘기업론’ 명제를 소개했다.
이밖에 △비즈니스그룹은 법인 간 자산 분할을 통해 확장한다 △기업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가치를 추구한다 △좋은 성과를 내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지배구조다 △기업 통제의 기본 원칙은 권리와 책임의 상응이라는 총 8가지 명제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존재론을 실현하면서 목적론도 실현해 나간다”며 “다만 이런 부분이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론에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기업존재론과 8가지 명제를 연결시켜 기업론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이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점도 기업이 커 나가는데 방해요소가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식회사 제도가 있는 기반을 인정하면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인에 입각한 주식회사 제도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며 “법인을 통한 주식회사제도는 전 우주가 받아들이게 될 인류의 독창적 발명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신 교수는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을 넘어 자유주의 법인실체론을 추구하게 되면 기업 존재론과 목적론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자유주의 법인실체론은 ‘법인이 주주와 국가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기업 경영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체’를 의미한다.
신 교수 발제에 이어 주류 경제학, 정치, 경제 교과서, 예술 등 각 분야에서 묘사되는 기업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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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을 맡은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주류 경제학 속의 기업에 대해 논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 속에서의 기업은 생산 활동의 전문화를 목적으로 조직된 실체로서 이윤을 최대화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학 속에서 이야기하는 기업의 본질에 대해서는 코즈의 이론을 인용해 “어떤 업무를 기업 외부와의 거래로 수행할 것인지, 기업 내부의 위계조직으로 수행할 것인지가 거래비용의 최소화로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경계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학에서 기업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경영학은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국민 경제를 논하는 성격이 강해 기업에 대한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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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을 맡은 전희경 전 국회의원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정치 속 기업에 대해 이야기 한 전희경 전 국회의원은 “기업의 이윤 추구나, 자발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것을 찾아가는 행위를 정치권에서 막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에 대한 죄 의식을 느끼지 않는 일이 굉장히 많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 유권자의 인식 내지는 호응과 같이 가는 것”이라며 “그런 행위를 하는 정치인들이 마치 자본주의의 해결사 내지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투사처럼 인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입법부에 들어가면서 굉장히 많은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치권에서 어떻게 하면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법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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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을 맡은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경제 교과서 속 기업에 대해 토론한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교육학 박사)는 “한국에서 반기업 정서와 반기업 정책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다름 아닌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부터 경제성장의 장점을 가르치지 않는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과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저절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옳다는 관념을 심어주고 있다”며 “이 같은 편향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결국 주주자본주의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냐 한쪽으로 매몰된 가치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고등학생에게 어른들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기업법제나 상법의 원리를 가르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이 무엇이냐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 교육의 기본임에도 2015년 교육과정 자체가 이를 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기업 성장의 장점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문제점만 지적하는 교육 과정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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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이 2일 오후 2시 ‘자유시민은 기업을 이해해야’를 주제로 제3차 MP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을 맡은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예술 문화 속 기업을 살펴본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TV 드라마 속 기업의 모습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샐러리맨으로 일하며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춘들을 담은 이야기나, 기업가들 경영활동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후 2000년대 초반 중장년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아침드라마에서부터 기업가들이 경영활동 과정에서 갖가지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들로 묘사되기 시작했다”며 “특히 2008년 SBS ‘아내의 유혹’부터 이른바 ‘반기업정서 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봤다.
기업이 잘 되는 것은 해당기업 오너 및 핵심종사자들에나 좋은 일일 뿐 나의 이익과는 아무 관계도 없단 식 ‘주주가치론’ 차원,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위해 헌신하지 않는 기업은 본분을 망각한 악덕기업이란 식 ‘이해관계자론’ 차원 발상의 내용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극예술에서 ‘큰 것, 강한 것, 힘 있는 것’은 선악 대립구도 내에서 악의 위치에 서고, 그 반대 존재는 선의 위치에서 기능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큰 것, 강한 것, 힘 있는 것’이 한국 TV드라마 속에선 거의 대부분 기업에만 해당된단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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