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0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여러 국면에서 단기 성과를 내고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이 크다.
우선 윤 대통령은 취임한지 3주만인 지난 1일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당선인들을 대거 쏟아내면서 향후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했다.
첫 전국단위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면서 임기 초반 거대야당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 성과로는 초대 내각 구성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 우선 꼽힌다. 중도 낙마한 교육부총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만 남았다. 직무수행 지지도도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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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월 5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둘째로는 취임 후 열흘만에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기존 군사동맹에 더해 경제안보동맹으로 진화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또한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북한 도발에 맞서 보다 강력한 대응 공조를 벌이고 있다. 여러모로 한미 관계가 더 밀착되고 깊어진 상황이다.
셋째 성과로는 취임 20일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집행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유행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일정부분 복구했다는 '1호 공약' 실행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틀만에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올해 2차 추경안을 신속히 의결했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잇달아 압박해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마지막 성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 및 국민 소통을 외치며 강행한 대통령실 청사 이전이다.
당초 우려가 쏟아졌던 것과 달리 순조롭게 청사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 청사 곳곳에서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지만 새 정부 안착에 일조했다는 평이 많다. 야당에서 걸고 넘어진 안보 공백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전 대통령들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청사 출퇴근길에 기자들의 돌발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이다.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적극적인 소통 이미지로 기존 대통령의 문법을 깬 파격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 일정과 동선 노출이 잦아지면서 구중궁궐 속에서 은밀히 움직여온 전임 대통령과 차원을 달리 한 모습이다.
외부 일정 없는 경우 윤 대통령은 청사 1층 현관에서 기자들이 던지는 즉석 질문에 답한다. 질문을 얼마나 받고 답할지는 윤 대통령 의사에 달렸지만, 제대로 대면하기 어려웠던 과거 다른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이에 대해 "오늘이 12번째 도어스테핑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출근해서 대답하고 이런 과정들이 취임 한 달의 굉장히 중요한 어떤 특징처럼 되어 있다"며 "이 과정을 더 잘 갈고 닦아 더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윤 대통령 앞에 놓인 주요 국정 과제는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 과제가 바로 고물가·고금리·부동산 등 경제 문제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물가 급등이 당장 급한 과제다. 곳곳에서 국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차원을 달리해서다.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이후로 14년 만에 최고치인 5.4%를 기록했을 정도다. 여기에 고금리 및 고환율까지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널뛰는 점과 화물연대 총파업을 시발점으로 해서 노동계가 극렬 투쟁에 나선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각각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전면에 나서 해결해야 하지만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도발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험을 감행할 경우 2017년 후 5년 만의 안보 위기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운신의 폭은 한층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사 문제 등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풀어야 할 난제도 만만치 않다. 한중 관계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미국의 반중 전선에 대한 줄타기도 해야 한다. 복잡한 동북아 지형 속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 또한 추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저성장을 비롯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연금·노동·교육 개혁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앞으로가 문제다.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가감 없이 온 국민에게 전하는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가히 혁명적이다.
비판 여론을 새겨 듣고 소통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면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거두어야 국민 지지를 계속해서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