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된 원숭이두창의 글로벌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를 비롯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응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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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
17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기존 천연두 백신을 원숭이두창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백신은 HK이노엔이 2009년 개발한 2세대 백신으로 생물 테러나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국내에서 승인 받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지난달 원숭이두창 적응증 추가 임상을 위해 질병관리청과 첫 미팅을 진행했다"며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원숭이두창 균주 확보가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바이러스 확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유관 기관과 적극적인 공조를 이어가는 한편 임상착수를 위한 설계방법도 논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하던 'CP-COV03'를 원숭이 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패스트트랙을 신청할 계획이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학계의 실험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 관련 진단키트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원숭이두창을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에서 의심 감염자가 발생할 시 진단기기를 발 빠르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산 백신이나 치료제가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보급률은 코로나19 때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코로나19보다 전파 범위가 한정적이라면, 일부 특정 집단에 대한 관리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감염병은 지연되지 않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다"며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과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이 공조해 적극적으로 사전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6일 영국에서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된 후 약 5주 만에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서면서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38개국에서 2021명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방역당국도 발벗고 나섰다. 당국은 원숭이두창 고위험군 접촉자에 대해 21일간 격리를 검토하고 있다. 동거인이나 성접촉자 등 고위험접촉자에 대해서도 21일간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다음 달 중에는 환자 발생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 약 500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치료제는 해외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원숭이두창 치료제다. 당국은 감염 확산세 추이에 따라 치료제의 추가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 확산에 따른 '국제적 공중보건상 비상사태(PHEIC)' 선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PHEIC는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거나 국가간 전파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일 때 WHO 사무총장이 선포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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