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규제 정도 이미 충분"…투자자 심리와는 '동상이몽'
국내증시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연초 대비 한국 증시는 주요국 어느 나라보다도 많이 떨어졌으면서도 회복은 늦게 되고 있다. 이유야 찾자면 많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발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 대응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마침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의 적’이 하나 있다.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의미의 공매도(空賣渡)다. 지나친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계속 꼽히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도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대응하려는 태세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디어펜은 총 3회에 걸쳐 공매도 논란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시들지 않는 공매도 논란①]정부 대책 예고에도 투자자 '불신'…이유는?
[시들지 않는 공매도 논란②]투자자 불만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핵심은 상환기간"
[시들지 않는 공매도 논란③]당국-시장간 시각차 좁혀야…관건은 신뢰회복

   
▲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이 지난달 2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정부가 불법 공매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공매도에 대한 오해와 시각차는 더욱 커져만 간다. 많은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특정종목의 주가를 필요 이상으로 하락시킨다고 생각한다. 당국 관계자와 금융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반론한다.

이 둘 사이의 시각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2022년 8월 현재 대한민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절반짜리’ 제도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폭락장이 펼쳐지자 한국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후 투자자들과의 여러 차례 줄다리기를 거쳐 당국은 작년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아직까지도 이 기준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공매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마치 절반만 차 있는 물잔을 보고서 한쪽은 물이 너무 많다고, 다른 쪽은 물이 너무 적다고 해석하는 형국이다.

한국 증시가 반쪽자리 공매도를 시행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올해 상반기는 한국 주식시장이 엄청난 하락장을 감내해야 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지난 6월말 기준 코스닥과 코스피는 전 세계 대표 주가지수 40개 중에서 하락률 1‧2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게 한국 주식시장이었느냐’는 섬뜩한 자조마저 나올 정도였다.

공매도가 주가를 필요 이상으로 하락시킨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절반이나마 공매도를 제한하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률이 전 세계 1위라는 점을 납득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반대로 공매도 폐지론자들은 이마저도 공매도 폐지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주요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가 이미 충분히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낙폭이 그렇게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 시장 내에서 코스피200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80%가 넘는다.

   
▲ 올해 상반기 코스닥과 코스피는 전 세계 대표 주가지수 40개 중에서 하락률 1‧2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1인 1표’의 투자자들 중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공매도 폐지를 주장한다. 표를 받자면 당장 공매도를 없애야 할 것 같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같은 선진국 인덱스에 편입되기 위해선 안 될 말이다. 금융 선진국 중에서 공매도를 폐지한 국가는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매도 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결코 느슨하거나 허술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외국인과 기관에 대해 매우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제도는 미국 등 금융선진국들에 비해 무차입 공매도를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특성을 띤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 가운데 한국의 공매도 제도가 엄격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제도가 명목상 제대로 갖춰져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일부 증권사들의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불거진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는 한국 주식시장이 한편으로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었는지를 허무하게 폭로하며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흔히 ‘주식은 심리’라고 말한다. 공매도 문제는 제도의 문구를 어떻게 고치는지가 아닌 ‘신뢰의 회복’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와 있는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는 믿음만 시장에 존재한다면 모든 문제의 원인이 공매도로 지목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라는 제도 자체는 어느 한쪽에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기능을 하는 도구 같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심도 있는 논의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