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왜곡 짜깁기" 주장에 영상기자단 "대통령실이 진상 규명해야" 직격탄
기자단 "대통령실 대외협력실,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고 요청"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 여야 정쟁으로 넘어갔지만 해외 순방 중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29일 단독처리 강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해 언론을 직접 공격하고 나서면서 프레임 전환을 노리고 있다.

이 와중에 해당 영상을 찍었던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26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실을 향해 반론을 제기했다.

기자단은 입장문에서 "해당 발언이 취재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힌다"며 "대통령 비속어가 담긴 영상을 취재한 방송사 역시, 행사 시작 몇 분 전까지도 이곳에 가게 될지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단 입장문에서 드러난 대통령실 행적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2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뉴욕 현지와 서울에서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06시 20분경 - 대통령 발언
06시 25~28분경 - 풀 취재 영상이 방송사 12곳으로 동시 송출
07시 37분 - 각사 기자들, 영상 확인
08시 30분경 - 발언 관련 '받은 글' 유포
09시 19~20분경 - '8초짜리 영상' SNS 통해 유포
09시 33분 -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당 회의서 직접 언급
09시 39분 - 풀 최종본 언론에 배포되면서 '엠바고' 해제
10시 07분 - MBC 디지털뉴스, 자막 달아 보도

기자단이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실의 비보도 요청은 7시 37분부터 9시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답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 9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각사 기자들이 영상을 확인한 시각이 7시 37분이었고 엠바고가 해제된 시점은 9시 39분이었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왜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냐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느냐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 입으로 직접 이를 밝힌 건 없다. 전부 대통령실의 전언, 확인 뿐이다.

당시 해당 발언을 말한 건 윤 대통령 본인이다. 자신이 어떻게 말했다고 분명히 설명하면 그만인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정확히 어떻게 말했나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현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이 국격이나 국익 훼손을 운운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놓고 비생산적인 정쟁으로 흘러가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두번째로 해명해야 할 것은 애초에 영상을 확인한 대통령실 대외협력실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언제 받았느냐다.

보고를 적시에 조기에 받았는데, 윤 대통령 판단이 주저했거나 기자들이 들은 그 발언 맥락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면 그건 사실상 본인의 실언을 인정하는 격이다.

반면 2시간이라는 골든타임 동안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진이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직무 유기에 가깝다.

만약 참모진이 가장 신속하게 즉각 보고했는데,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을 상황이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와 판단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들어갔는지 여부가 진상 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맥락 중 하나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마지막 세번째로 윤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것은 왜 대통령실 입장이 왔다갔다 하느냐다.

사태가 일어난지 13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김은혜 홍보수석의 언급에 따르면) '이XX'라는 윤 대통령 발언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4일이 지난 26일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단에게 밝힌 입장은 "'이XX'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였다.

관계자는 이날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사실관계를, 명확한 사실관계를 특정하기는 참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발언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키워드 중 하나인 이XX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이 뒤바뀐 것에 대해 이제는 윤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발언을 내뱉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MBC 등 특정 언론사를 타겟으로 잡고 국회로 공을 돌려 여야가 극한의 정쟁에 치닫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취임 5개월차 대통령이 의도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고환율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이 위중한 시점에 비생산적이다.

이번 발언은 일종의 사고다. 있을 수도 있는 해프닝을 대통령실 스스로 키운 격이 됐다.

사태의 실마리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언제까지 비생산적인 정쟁을 지켜봐야 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