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엔화 방어에 30조원 투입
미·일 금리차 확대…엔화 방어 한계
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무려 13년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진폭을 키우며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식 거래대금도 급감 추세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며, 더욱이 대안이 마땅치도 않다. 미디어펜은 끝없이 치솟는 달러환율 추세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연일 추락하면서 일본은행이 24년 만에 직접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이번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엔화 약세 기조는 다시 가속화되고 있어 엔저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계속된 엔화 약세(엔저)로 일본이 약 24년 만에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에 나섰으나 엔저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4엔대까지 하락하며 24년 만의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는 올해 3월 초까지만 해도 1달러에 114엔 수준이었으나 6개월 만에 30엔이나 떨어졌다. 이처럼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 지난 22일 엔화 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 엔화를 매수했는데 그 규모는 3조엔(약 29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존 엔화 매수 개입 최고 규모는 1998년 4월 10일 2조6210억엔으로 이번이 역대 최대 개입 규모다.

일본 정부의 환율 시장 개입을 기점으로 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5.81엔에서 140.31엔까지 4% 가까이 급등하며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144엔을 돌파하며 엔화 약세가 가속화돼 개입의 효과가 옅어졌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엔화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3.00~3.25%로 결정하며 달러를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제로 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공급량을 늘리고 있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과거 경기 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펴면서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해 시중에 유동성을 풀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는 감당해야할 이자 부담이 너무 커지게 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 국채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에만 24조엔을 책정했다. 일본재무성은 향후 금리가 1% 오를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은 2025년 기준으로 3조7000억엔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은행의 이번 엔화 매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으나 30조원 규모로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약세를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을 해야하는데 일본은 그렇게 할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엔화 약세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들어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금리를 낮은 수준에 두고 보유액을 일부 풀어서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일본은 금리를 올렸을 때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효과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긴축보다는 엔저를 유지하면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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