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한번 전국경제인연합회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과 전경련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친기업을 표방한 정부에서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을 제외한 것은 논란을 만들기에 충분한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경련 역시 위상 회복을 위한 인적 쇄신 등 보다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미디어펜은 전경련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 회복 관건은 삼성, SK, 현대차그룹, LG 등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대 그룹 역시 민감한 이슈에 각개전투 하기 보단 목소리를 한 데 모을 수 있는 전경련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4대 그룹의 재가입을 위해서는 전경련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고 새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
|
▲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전경련 제공 |
전경련 회장직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 총회를 통해 선임 절차를 밟는다. 지난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회장은 5번의 연임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3번이나 회장 연임을 감행한 허 회장의 행보는 ‘의리’로 평가됐다. 회비의 77%를 차지하는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전경련의 회장직을 수행할 후임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쇄신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4대 그룹 탈퇴 직후인 2017년 3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1961년부터 주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 온 기존 오너 중심의 회장단 회의를 폐지했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200여 명 규모이던 조직은 현재 절반으로 축소된 상태다.
그럼에도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3월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으로써는 그러한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답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미르‧K재단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2016년 12월 27일 제일 먼저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SK, 현대차가 차례대로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했다.
이에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할 수 있게 부활하려면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허 회장이 물러나고, 새 후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자리를 내려놓은 뒤 그 다음은 후배들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또한 4대 그룹이 탈퇴하던 시점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허 회장이 여전히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쇄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재계 전반에 대해 잘 알면서 의견을 대표할 수 있고, 정부와도 소통할 수 있는 보다 능동적인 인물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다.
재계 내 한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분투하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위상 회복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다만 그러려면 4대 그룹의 재가입이 필요한데, 4대그룹이 돌아올만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