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매출·총 자산 늘었지만 영업익 줄고 자산 늘어
내실 부족 기업들…세제 지원·규제 완화로 활력 돋워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내 기업들의 올 한해 매출과 총 자산은 늘었지만 내실이 부족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기업 경영 활력을 위한 세제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올 한 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기업들이 내년에는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며 민간 경제 활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 국내 기업들의 올 한해 매출과 총자산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고 재고 자산은 느는 등 내실이 부족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기업 경영 활력을 위한 세제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빌딩숲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한상의는 이날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1612개 상장사(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의 올해 3분기까지의 재무상황을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대상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지난 해 같은 기간 19.0% 늘었지만, 성장속도는 다소 둔화됐다. 또 총자산은 전 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나 ‘빚으로 쌓아올린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전년대비 22.3%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지난해와 같은 기간의 부채비율(74.2%)과 차입금의존도(18.9%)보다 증가했다. 

문제는 나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급격히 증가했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10.7회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속도가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내년에도 경기 둔화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기업 경영 활력을 위한 세제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경련은 이날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1월 BSI 전망치는 88.5를 기록했다며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대비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의미하고, 100보다 낮으면 전월대비 부정적 경기 전망을 뜻한다. 내년 1월 BSI는 지난 12월(85.4) 대비 3.1포인트 반등했지만, 2022년 4월(99.1)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 

특히 올해 12월 BSI 실적치는 85.7을 기록해, 2월(91.5)부터 11개월 연속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경제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수출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내수 경기마저 얼어붙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재고 증가가 늘고, 이는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져 생산·투자·고용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경총은 앞서 지난 18일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2023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3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들 중 90.8%가 내년 경영계획 기조를 ‘현상유지’ 또는 ‘긴축경영’으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내년 경기 상황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업의 활력을 돋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경제 단체들은 정부가 세 부담 완화 등 민간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세계 경제 둔화가 본격화되며 내수 경기마저 얼어붙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정부는 세 부담 완화․자금시장 안정으로 기업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일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최소한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지는 않도록 세제와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내 대기업의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들은 앞 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