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계획된 일정은 있다. 국민들 관심도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계획된 일정보다는 조금 앞당겨서 할 수 있는 방안, 좀 더 포괄적인 대책들을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형식, 시기, 참석자, 의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보면 좋을 것 같다." (2월 24일 '인구절벽' 관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대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발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인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8로 확인된 가운데, 인구절벽(생산연령인구 15~64세의 비율이 급감하는 현상을 말함·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 해법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장기 과제로 떠올랐다.
잇단 폐교에 빈집 속출 등 이 '인구절벽'은 해가 갈수록 '지방 소멸'에 이어 대도시까지 파고든 실정이다.
연령별 출산율의 충합이자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합계출산율이 과거 1970년에는 4.53에 달했으나, 1983년에는 인구 대체수준(2.10) 아래인 2.06으로 급락했다.
문제는 합계출산율이 2000년대 들어와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2000년 1.48, 2010년 1.23, 2022년 0.78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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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1일 대통령실에서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한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의 국가로 확인되면서, 총체적인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저출산 인구절벽' 현상은 경제·생산·소비·교육·복지·주거와 모두 맞물려 있어, 대한민국 사회에 핵폭탄급 충격을 갖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16년간 실패 거듭' 윤 대통령의 대책은 먹힐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저출산 인구절벽' 위기에 대해 내놓은 원칙은 하나로 좁혀진다.
바로 현금성 지원은 지양하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각 부처가 총력전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6년간 역대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280조원이라는 거대 예산을 쏟아부어왔지만, 그 효과는 전무했다. 그간 합계출산율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현금성 지원이 별 효과 없었다는 반증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돈을 어떻게 쓰더라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저출산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국민 혈세를 허비했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나온다.
지난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저출산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하고, 세부 일정 마련에 나섰다. 저출산위는 대통령 주재 회의를 통해 산업·복지·주거·이민 등 관련 정책 전반을 통합 논의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이 자리를 통해 저출산과 관련한 예산안 개편에도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저출산을 극복할 새로운 대책으로는, '인구 특별회계'를 따로 두고 관련 재정을 일원화 통합해 효율화를 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인구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부처마다 흩어진 예산을 합쳐서 비용 대비 효과를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저출산 현상' 외곽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하고 각종 이민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우수 외국인력을 한국으로 최대한 유입하려는 구상이다.
정부의 '예산 살포' 측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월 35~70만원인 부모급여를 내년 50~100만원으로 대거 인상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저출산 인구절벽'의 본질은?
인구 감소 문제는 이미 정부가 손대기 어려운 지경이다. 예산을 얼마나 쏟아부었더라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인구절벽' 개념의 기준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지난 2020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노동력의 주축인 30~40대는 2009년부터 감소 추세다. 그동안 교육·주택·노동시장에서 수요를 맡아왔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2012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시장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 감소세에 따라 학령인구·군입대 자원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떠한 정부라도 이를 막기 위한 준비기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추세를 뒤집으려면 기존 출산장려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것보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저출산의 실제 원인'이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 전문가인 강창익 전 통계청 차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일자리를 점유한 15~34세 747만 149명 중 기혼자는 161만 772명(21.6%)에 불과하고 미혼자는 585만 9377명(78.4%)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의 15세 이상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를 보면, 2010년 2.38명 > 2015년 2.19명 > 2020년 2.07명으로 비교적 인구 대체수준(2.10)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함께 놓고 분석하면, 미혼자라 하더라도 일단 결혼을 하면 어느 정도 출산하려고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혼인율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자연적으로 높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① 결국 수도권 일자리 확대 및 신혼부부 주택 공급 확대 등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정상 가정을 이루는데 도움 되지 않는 다른 분야에 예산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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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② 추가 대책으로는, 혼인해 가정을 이룰수록 그리고 부부가 아이를 가져서 출산할수록 (증여세·상속세 면제 및 재산세 절감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더 허용하는 '출산 인센티브' 정책이 절실하다.
신혼부부에게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면서, 미혼 청년들에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정부에 세금을 덜 내고 개인적으로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미래 전망을 열어주어야 한다.
③ 또다른 대책으로는, 24개월 군 복무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되 결혼·임신으로 면제가 가능한 이스라엘 여군 사례를 가져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징병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2.90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이고, 한국보다 3배 이상 높다.
한국의 경우 남성은 징병제, 여성은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스라엘 사례가 저출산 극복과 관련해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국내 정치권에서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남녀평등복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향후 윤 대통령이 '저출산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 이제 무의미한 세금 살포는 그만 두고, 실효적인 대책에 정부 예산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인구위기는 극단적인 대책으로 대응해도 부족하지 않은 절체절명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