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검찰 압박 영향…직무대리 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속 재공모 전망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윤경림 KT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사퇴하기로 하면서 '포스트 구현모' 찾기에 비상등이 켜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의 만류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 윤경림 KT 사장/사진=KT 제공
이는 여권과 국민연금의 반대 및 검찰 수사 등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취임 후에도 활동이 위축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사퇴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송경민 경영안정화태스크포스(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이 자동 폐기되며,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차기 대표와 사내이사 선임을 제외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KT는 상법상 새 대표가 선임되기 전까지 기존 대표가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기존 대표가 고사할 경우 회사 정관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의 임기는 오는 31일 만료되며, 직제상 대표 직무대리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을 전망이다. 2순위는 강국현 커스터마이징부문장이다.

KT는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으로, 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재공모 절차를 비롯한 후속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내·외 안팎에서는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임원 인사가 4개월 가량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직 개편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표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 낙하산' 대신 '디지코' 전략을 필두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한 기업의 지분을 등에 업고 압력 행사에 나서는 등 이번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경우 어려움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하고, 이사회를 개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 사외이사진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관과 자문위원을 지낸 인사들도 포진했다는 점에서 현 여권과 지속적인 갈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 KT 사옥/사진=KT 제공

실제로 KT 1노조가 앞서 이사진 전원 퇴진을 촉구했으며, 새노조도 윤 후보 사퇴 후 이사회에게 경영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윤 사장의 대표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던 ISS도 현 이사회의 재선임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구현모 후보가 사퇴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문제제기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라며 "연금의 특정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KT의 기업·주주가치를 위한 진심인지, 아니면 정부 의중을 관철하려는 목적인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대부분이 찬성을 권유했는데, 공교롭게 김태현 연금 이사장이 다시 소유분산기업의 이사 추천은 주요 과점주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한 뒤 윤 후보가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연금이 원하는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혼란이 계속될 것인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복되는 대표 후보 사의는 기업거버넌스 관점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KT 이사회가 최대주주를 포함해 특정인이나 세력의 사익에 복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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