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유권자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전선 긋기, 전투가 곧 통치였던 대통령
유소년 야구대회 심판 본 윤, 이런 모습 노무현 외엔 떠오르지 않아
국익 문제에서 '배신자 비난' 들어도 진영 넘나드는 판단…한미FTA·한일관계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도 1년 1개월이 되어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1년 3개월간 지켜보았지만 가장 소탈하고 국민들에게 다가갔던 모습을 보인 것은 단연코 지난달 14일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축구 대회 참관이었다.

유소년 야구 대회에서 윤 대통령은 야구 심판 마스크를 눌러쓰고 아이들의 야구 경기에 심판으로 나섰다. 환하게 웃으며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는 모습은 영락 없는 동네 친근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일종의 쇼일지 몰라도 이토록 친근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만한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 5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축구 대회에 참석해, 유소년 야구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역대 대통령 중 푹 눌러쓴 야구 심판 마스크가 어울릴법한 대통령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소탈하면서 솔직한 화법으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윤 대통령 또한 노 대통령의 이러한 소탈함을 계승한 대통령으로 보인다. 현장 어디를 가든 먹을 것에 대해 집중하고, 공식 석상에서는 항상 동일한 가치관을 설파한다. 솔직하면서 직설적인 화법으로 문제의 본질을 짚는다. 억지 칭찬이 아니라 지난 1년 넘게 기자로서 지켜본 뒤 떠오른 결과다.

윤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두번째 공통점은, 중도 유권자를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전선 긋기다.

윤 대통령은 여의도 문법대로, 세간의 예측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한 적이 거의 없다. 도어스테핑이 대표적이다. 이를 시작했을 때에 거의 대부분이 우려했다가 도어스테핑을 그만두었을 때 오히려 다들 왜 그만두냐며 아쉬워 했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묵혀온 한일 관계를 이렇게 핵심을 짚는 해법으로 풀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와 함께 한미일 협력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 또한 그렇다.

   
▲ 5월 14일 열린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축구 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유소년 야구 게임에서 심판을 맡아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뿐 아니다. 노동 문제 등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 윤 대통령은 중도 유권자를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전선 긋기에 나서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그렇다.

방어적인 수단을 공격적으로 활용한다. 일종의 프레임 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한다. 자유와 공정, 상식의 회복이라는 자신의 가치관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다. 이는 과거 노 대통령 또한 같은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과 노 대통령 간의 마지막 공통점은 국익 문제에 대한 대처다. 정치권 일각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어도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진영을 넘나드는 결단을 내린다.

윤 대통령에게는 한일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한 징용 해법 제안이 대표적이고, 노 대통령에게는 한미 FTA 드라이브를 걸었던 강한 추진력이 전형적인 사례다.

윤 대통령의 경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평가도 자유민주주의 확대와 광주 경제성장이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함으로써 더 이상 여야를 불문하고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진영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뜻 밝히지 못했던 입장을 윤 대통령과 노 대통령 모두 스스럼 없이 주창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의 남은 시간이 주목된다. 과거의 노 대통령과 다른 선택을 할지,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

   
▲ 5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축구 대회에 참석해,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