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HMM의 새주인 찾기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지만 워낙 큰 매물이기에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몇 년 새 불어난 몸집과 불안정한 해운시황, 조 단위 영구채 등 걸림돌까지 있어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삼일PwC 등으로 이뤄진 HMM 매각자문단은 이르면 이달 말 매각 공고문을 낼 것으로 보인다. 매각 공고가 나오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다. 이후 예비 입찰과 본입찰을 진행하며,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M&A 업계에선 현대차그룹,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LX그룹, SM그룹 등을 유력한 원매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이라도 HMM 매각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큰 걸림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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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의 디지털라이제이션 시대에 발맞춰 리뉴얼 된 HMM홈페이지. /사진=HMM 제공 |
장애요인으로 HMM의 높아진 몸값과 장담할 수 없는 해운업계 시황, 영구채 등 크게 3가지가 꼽힌다. 2020년만 해도 9808억 원이었던 HMM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9조9455억 원을 기록해 10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6조4133억 원에서 18조5868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영업이익률 53.5%에 육박하는 매물로 탈바꿈했다. 자산총액만 해도 지난 4월 기준 17조7670억 원으로 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점은 인수를 하는 입자에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날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9조3309억 원으로 매각 대상인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 19.96% 등 40.65%로 3조7930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주식 전환 가능성이 있는 2조6800억 원어치의 영구채 가치를 더하면 매각 대금은 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매각가는 8조~9조 원으로 관측된다.
반면 불안한 해운시황도 걸림돌이다. 큰 금액을 들여 국내 최대 해운사의 주인이 됐지만 이후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전주 대비 21.9p 하락한 931.7p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 1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약 82% 급락했다. 수급 불균형이 큰 원인으로, 이 같은 현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영구채도 원매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9조3309억 원으로 매각 대상인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 19.96% 등 40.65%로 3조7930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식 전환 가능성이 있는 2조6800억 원어치의 영구채 가치를 더하면 매각 대금은 6조 원을 넘어선다. 이에 영구채가 매각전 변수이자 핵심이 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HMM의 미상환 영구채 잔액은 2조68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산은이 1조8400억 원, 해진공이 8400억 원어치씩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HMM은 지난 2018~2020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전환사채권(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각각 CB 2조800억 원, BW 6000억 원이다. 전환가능한 주식수는 각각 4억1600만 주, 1억2000만 주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HMM의 유통주식수인 4억8904만 주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해당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이 늘어난다면 매각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몸값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조기상환에 나서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인수자 확정 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할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CB 및 BW 중 1조 원어치를 오는 10월 주식으로 전환해 구주와 함께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나머지 영구CB·BW는 보유 후 콜옵션 도래 시점마다 주식 전환이나 원리금 상환을 결정하는 '주주 간 계약'을 원매자와 맺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큰 규모의 M&A인 만큼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금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계열사들과의 시너지효과, 한때 같은 회사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역시 비슷한 이유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인수의향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는 각각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 투자로 자금 여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향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투자 시기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수익이 없어 비용 부담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HMM과 물리적·화학적으로 합병할 경우 시너지가 큰 곳이지만, HMM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원매 후보자의 인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해외 원매자에 매각하는 것을 가급적 지양한다는 분위기를 봤을 때 여러모로 쉽지 않은 거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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