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채상병 사건 처리·홍범도 흉상 이전 관여 안했다" 일축
"끝까지 공산주의자 홍범도, 전향한 박정희와 달라…종합 판단"
"어떤게 옳은지 생각해 보자" 尹 발언…야당과 끝까지 '이념전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어떻게 하자고 하진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8월 2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언급.)

"국가안보실은 어떤 방침을 가진 것은 아니다.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 결정 내릴 것이다."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홍범도 흉상 관련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방향성을 제시한 게 없다. 언론에서 하도 추측 기사들이 많이 나와서 대변인실이 입장을 냈다." (8월 30일 국회 운영위에서 홍범도 흉상 입장에 대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의 답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그런 사실이 없다. (안보실은 채 상병 조사에 대해) 관여하고 있지 않다. 조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 디테일을 갖고 챙기거나 간섭하는 건 안보실이 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도 그런 디테일을 파악할만큼 한가한 분은 아니라 생각한다." (8월 30일 국회 운영위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처리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냐'는 질문에 대한 조태용 안보실장의 답변.)

"7월 31일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 (8월 30일 국회 운영위에서 야권의 '외압 의혹'에 대한 임기훈 국방비서관의 답변.)

대통령실 소속 관계자 전원이 지난 30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 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국가안보실의 외압 의혹, 홍범도 흉상에 대한 대통령실의 관여 의혹을 들고 나온 야당의 공세를 일축했지만 정쟁이 끝날지 의문이다.

일종의 이념전쟁으로도 읽히는 이번 정쟁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불분명하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수호 의지를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거듭 피력해왔고, 민족주의 전체주의에 경도된 일부 진영에서 그동안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사진=미디어펜


더구나 이번 사안들은 현재 진행 중인 이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대응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다수당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뺄래야 뺄 수 없는 '이념전쟁' 대립각을 세우도록 몰아세우는 분위기다.

뼛속 깊이 공산주의자였던 정율성에 대해 역사공원까지 세워 추모하려는 광주광역시의 움직임 또한 이번 정쟁의 발단이었다.

이 후 해병대 순직 사건 처리에 대한 외압 의혹과 홍범도 장군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면서, 당초 홍범도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 세운 문재인 전 정권의 취지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떨어졌다.

홍범도 장군 전반의 삶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가열되면서, 역사적 사실관계에 대한 재해석과 반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우선 해병대 사건 처리에 대해 조태용 안보실장은 30일 민주당 오기형 의원의 질의에 "수사 결과 보고서는 본 적이 없고 갖고 있지도 않다"며 "관여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나 군 산하 수사단에서 하는 게 맞고 대통령실이나 안보실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다.

홍범도 흉상에 대해서도 조 실장은 "(흉상이 설치되어 있는) 육사 생도의 사표가 될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또한 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남로당 전력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호국비도 육사에 있다'고 지적하자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전향한 분은 공산당으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범도 장군은 과거 확실히 공산당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길을 걸었다는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육사 생도의 정식적 전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유정주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긍정하면서 "홍 장군의 독립 투쟁 과정 공적은 인정한다, 자유시 참변 이후 보였던 행적을 고려하면 육사 생도들이 있는 곳에 (흉상이) 있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육사는 31일 오후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육사는 홍범도 외에 나머지 5명의 흉상에 대해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 하에 추진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