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라디오서 "윤 정부서 보기 드문 신속 꼬리자르기…심각한 문제 숨어"
대통령실 "공직자 지위가 진상 조사 영향 줄 가능성 원천 차단한 선제 조치"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대통령실이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은폐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김 의원은 대통령실이 김 전 비서관의 감찰을 무마하기 위해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등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으로도 의심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녀의 권력형 학교폭력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의혹에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했지만, 김 전 비서관의 사직서가 당일 수리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에서 보기 드물게 너무 신속하게 꼬리 자르기 하는 것을 보고 이 문제는 정말 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대통령실에서 제가 폭로하기 전에 이미 (학교폭력 의혹을) 알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이 5월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청산연금’ 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가 교육청에서 (사건과 관련된) 일부 자료를 받았는데 교육청에서 자료를 주고 나서 피해자와 가해자 측에 국정감사용 자료를 제출했다고 양 부모님들에게 전달했다"면서 "김 전 비서관 측도 통보를 받아 대책을 짰을 것"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이어 김 의원은 대통령실이 당일 김 전 비서관의 사직서를 수리한 것에 대해 "실제로 공직기강 차원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하게 되면 더 큰 비위나 어떤 사건이 나올 수 있으니 더 이상 심각한 일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의원은 이번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학교 측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며 권력형 학교폭력 은폐 시도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학교폭력 사태 후 현재까지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고, 학교 측은 실효성 없는 봐주기식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사건이 발발하고 나서 김 전 비서관의 부인이 담임선생님한테 자기 연락처를 주고 피해자 측에 전달해라 사과하고 싶다 그렇게 한 번 했다"면서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과하지는 않았다"라며 가해자 측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했다.

더불어 김 전 비서관 부인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를 '사랑의 매'라고 표현한 것이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지적되자 "후배가 언니에게 잘못한 부분을 직접 가르쳐 주기 위해서 폭행을 가한 것이기 때문에 사랑의 매라고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명 또한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가해자 측이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음에도 학교 측이 봐주기식 처분을 결정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학교폭력위원회가 김 전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인지했음에도 지속성 부문에서 가장 낮은 1점을 줬고, 실효성 없는 학급교체 처분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김 전 비서관 자녀는 학교폭력위원회 심의 결과 총점 15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총점 16점부터 강제전학 조치가 이뤄져 1점 차이로 강제전학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김 전 비서관 자녀가 피해자에 대해 일주일간 총 3차례 폭력을 가했고, 학년 초에는 동급생과 말다툼으로 화해조정이 이뤄진 바 있어 학교폭력위원회가 지속성에 1점을 부여한 것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김 의원은 학교 측이 소극적 대처에 나선 것이 김 전 비서관 부인이 윤 대통령과 친분 등으로 위압감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와 사과하고 화해한 경우 지속성을 1점을 줄 만한 근거가 되는데, 화해와 사과가 전혀 없었다"면서 "일주일 동안에 세 번의 폭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속성 1점은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안 보이는 권력의 힘이 작용됐는지 아니면 학폭 위원들이 약간 온정주의를 발휘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비서관 부인이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자녀의 출석이 정지되던 지난 7월 19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변경한 것을 언급하며 자녀 학교폭력 은폐를 위해 압력 행사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 전 비서관 가족들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한 것을 밝혀내지는 아직 못했는데 딱 한 장의 프로필 사진으로 이 사건은 권력형 사건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라며 "자기 남편과 대통령의 관계를 과시하는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학교 측과 학부모들에게 상당히 위압감을 주지 않았나 이런 의심"이라면서 김 전 비서관 측이 권력형 학교폭력 은폐를 시도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김 전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 의혹 제기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김 전 비서관 자녀 학폭 문제를 대통령실이 미리 알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경기도 교육청이 자료 제출 사실을 대통령실에 알려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어떠한 사전 보고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김 의원이 국감에서 관련 질의를 한 날 사건을 인지했고, 당일 즉각 인사 조치를 했다"며 "이는 공직자로서의 지위가 진상 조사 등 이후 절차에 영향을 줄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선제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