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 후 본계약 지연…신탁사 동의 없는 할인분양 강행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가계약 후 시간을 끌며 본계약을 미루고 계약금도 환불 안 해줍니다. 분양사무실은 말도 없이 문을 닫았고, 안강개발은 연락도 닿지 않습니다. 명백한 사기 분양입니다.”

‘판교 디오르나인’이 분양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시행사인 안강개발과 분양대행사의 무리한 계약 진행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분양대행사는 가계약 이후 차일피일 본계약을 지연하더니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자 분양사무실을 폐쇄했다. 계약금을 입금 받은 안강개발은 깜깜무소식이다. 계약자는 1000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는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사무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본계약 지연…계약금 환불 요구하자 분양사무실 폐쇄

미디어펜 단독 취재 결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일대에 위치한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사무실이 지난달 28일 폐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교 디오르나인 계약자 A씨는 “지난 1일 가계약금 환불을 요구하기 위해 분양사무실를 찾았으나 문이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화가 가능했던 분양담당자는 ‘분양대행사에서 퇴사했다’며 전화를 끊었다. 안강개발에도 수차례 연락했지만 담당자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 측은 지난달 2일 판교 디오르나인 계약을 위해 분양사무실을 찾았다. 이때 200만 원, 4일 뒤 800만 원 등 총 1000만 원의 가계약금을 안강개발 계좌로 입금했다. 

A씨는 “차후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 단기월세를 찾았다”면서 “분양담당자는 월세 매물이 1건 밖에 없다며 계약을 종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러면서 환매도 설명하기에 일단 가계약 후 본계약 때 전월세와 환매 중 선택하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환매’는 2년 뒤 수분양자가 원하면 안강개발이 해당 오피스텔을 분양가에 매입하는 구조다. 안강개발은 판교 디오르나인의 저조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환매와 함께 대출이자·취득세 등을 지원한다고 홍보 중이다. (미디어펜 6월 28일자 [판교 디오르나인 미분양 사태②-할인분양]돈 줄 마르는 안강그룹…'환매·전세' 믿어도 될까)

하지만 A씨가 기다리던 본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분양사무실에서는 담당자가 휴가를 갔다거나 안강개발에서 관련 서류가 넘어오지 않고 있다는 등 갖은 이유를 댔다”고 말했다.  

◆안강개발, 신탁사 동의 없이 ‘환매·할인분양’

한 대형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대행사와 시행사로서는 어떻게든 본계약을 빨리 체결해 분양률을 높이는 게 정상이다. 지금처럼 대행사와 시행사가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분명 내부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의아해했다. 

A씨의 본계약이 지연된 이유는 안강개발이 진행한 환매 계약과 대출이자 지원 등이 판교 디오르나인 신탁사인 하나자산신탁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진행되는 판교 디오르나인의 모든 분양 계약은 하나자산신탁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나자산신탁은 기존 수분양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안강개발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안강개발로부터 잔금 30~40% 유예 등의 방안을 제안받았으나 (하나자산신탁은)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며 안강개발이 신탁사 동의없이 환매와 할인분양 홍보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잔금 유예 등 추가적인 할인분양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신탁사 입장에서도 달가울 수 없다. 신탁사를 설득하기 위한 카드가 가계약이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가계약을 최대한 확보한 뒤 동의를 구하면 신탁사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수의 가계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지만 관리‧감독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안강개발이 신탁사 승인을 받지 못한 분양 계약을 독단적으로 진행해 피해 사례가 발생한 셈이다. A씨는 “안강개발과 분양대행사는 신탁사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시간만 끌었던 것”이라며 안강개발의 행태를 비판했다.  

   
▲ 판교 디오르나인 계약자 A씨의 입금확인증. A씨는 지난달 2일 200만 원, 6일 800만 원 등 총 1000만 원을 안강개발 계좌로 보냈다./사진=판교 디오르나인 계약자 A씨

◆신탁사 계좌로 입금될 계약금 안강개발로

안강개발과 분양대행사가 A씨와 진행한 계약상 문제점도 발견됐다. A씨의 가계약금 입금 계좌가 ‘하나자산신탁’이 아닌 ‘안강개발’이라는 부분이다.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판교 디오르나인과 관련한 모든 계약은 신탁사인 하나자산신탁 계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A씨의 계약이 잘못됐음을 분명히 했다. 

A씨는 “가계약을 진행할 때부터 안강개발이 아닌 신탁사와의 정식계약(본계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안강개발과 분양대행사는 들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 취재가 시작된 지난 2일 안강개발과 하나자산신탁은 뒤늦게 해당 건에 대해 방안을 모색했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안강개발에 A씨에 대한 조치를 바로 취하도록 했다”며 “환불을 원하는 나머지 계약자도 동일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분양대행사는 안강개발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사무실 폐쇄는 안강개발과의 분양대행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은 퇴사했지만 지금도 A씨와 연락하며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A씨의 환불은 안강개발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안강개발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5일 현재까지 A씨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펜도 안강개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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