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혜택만으로는 감당되지 않아
미·일, 거액 설비투자 보조금 지원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위해서는 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생산공장 하나를 건설하는데 20조원가량이 드는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지금 상황이 잘 감당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 지원과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은 세제 지원 위주다. 현재 정부는 현실적인 이유로 반도체산업에 보조금보다는 세제·금융 지원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시장에서 계속 (반도체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야 한다”며 “최근 팹(생산공장) 하나를 지을 때 투입되는 비용이 저희가 대충 계산하는 게 20조 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은 쌓아 올리는 구조라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팹에 20조 원을 투자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반도체산업이 상당히 커서 공급망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 임팩트가 엄청나게 크다"며 "최근 인공지능(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그래서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 주셔야 하는데, '알아서 혼자 하라'라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HBM이 잘 팔려서 좋고 행복한 고민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이 발생하면 배터리와 똑같은 상황이 여기서 안 일어나리라는 법이 없다"며 "이런 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주요국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을 거론하며 "이렇게 해줘야 자기네 나라에 와서 팹을 짓거나 생산하니까 미국도 하는 것이고, 일본에서도 상당히 많은 팹이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지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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