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첫 항소심
위법증거 증거능력 인정 여부 쟁점
다음달까지 4차례 공판기일 진행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2심 공판이 30일 열렸다.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재판부에서 선고 기일을 내년 1월로 정해둔 만큼 사법리스크 해소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첫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이날 오후 2시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외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 13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주요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 증거의 증거 능력 여부였다. 핵심은 검찰이 선별 절차를 거쳐 증거를 수집했는지였다. 앞서 1심은 검찰이 2019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 서버 하드디스크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하고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압색한 에피스 직원에 대한 외장하드 선별 절차는 적법하게 진행됐으나 1심은 이 판단을 누락했다"며 "압색 전후에 변호인들과 합의해 절차를 진행했고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을 다했는데 압색 전체가 절차를 위반했다는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변호인 측은 "별도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했기 때문에 피고인과 관련없는 타회사 재무와 직원의 사적 메신저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 모든 파일을 일체 감수한 것이 선별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달 25일 신청한 1차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거래 착수 및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관련 허위 추진 계획 공표 등 범죄 혐의와 관련된 10가지 항목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검찰이 지난 27일 신청한 공소장 변경 신청은 다음 기일에 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판결을 내놓자 이에 관련 혐의를 추가해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자본시장법 위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외감법 위반) 등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 14일에는 회계 부정과 관련한 외감법 위반 혐의를, 내달 28일과 11월 11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 내년 1월 선고...사법리스크 해소 속도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첫 항소심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산정하면서 옛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는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는지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1심은 지난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항소심 역시 1심 판결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1심에서 이 회장이 부당 합병에 관여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한 만큼 2심에서도 증거 능력 여부를 인정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무죄 판단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다만1심 결과가 흔들릴 수 있는 사건이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소송이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이 이번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서두르는 만큼 삼성그룹의 사법리스크 해소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판부는 내년 1월 말 이전 선고를 목표로 한다. 이번처럼 구체적인 재판 일정을 미리 공지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게다가 재판부는 집중 심리를 위해 지난 7~8월에 이어 다음달까지 신건을 배당받지 않기로 했다. 오는 11월 25일 변론 종결 절차를 거친 뒤 약 2달 후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선고 기일은 내년 1월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을 당초 1월 27일을 예정했으나 설 연휴를 피해 일정을 재차 조정하기로 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