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실의 한 대표 패싱이 노골화된 것은 물론 이른바 ‘김대남 녹취록’까지 공개되며 갈등은 쉽게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2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진행한다. 이날 만찬에는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만찬의 성격에 대해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전 이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만찬에 대해 한 대표 패싱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거듭 요청한 바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공백 문제와 김건희 리스크에 대응책을 찾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청에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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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더불어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 전 쌍특검법(채상병·김건희 여사)과 지역화폐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만찬은 국정감사 전 격려가 아닌 오는 4일 국회 본회의 전 표 단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지난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 인사인 김대남 씨가 한 인터넷 언론에 한 대표 공격성 기사를 사주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의도적으로 패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의 한 대표 패싱이 지속될 경우 친한계는 재표결 과정에서 ‘이탈표’로 윤 대통령 압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이 이탈표를 행사할 경우 ‘보수의 공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선에서 경고성 이탈표를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표결의 경우 무기명으로 진행돼 이탈표 색출은 불가능하다.
친한계가 행동에 나설 경우 친윤계는 총선백서 등으로 반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의 실책과 책임론을 부각해 당대표에서 축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위함이다. 실제 윤-한 갈등이 고조되자 총선백서 발간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총선백서에 당정관계 악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한 대표를 압박할 명분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총선백서는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으로 출간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백서는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제출된 이후 최고위원회의 보고와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한동훈 지도부는 백서 발간에 묵묵부답이다.
거야의 입법 독주 저지와 민생 입법 추진 등 시급한 현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다. 또 백서는 단일대오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꼽히고 있어 사실상 사장 될 위기다. 현재로써는 백서가 한 대표를 압박할 수단으로 파괴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에서 부진한 성적표 거둘 경우 백서 발간을 막을 명분이 없어져 백서는 친윤계가 한 대표를 공격할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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