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21일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한 대표는 앞서 대통령실에 제시했던 3대 요구안을 윤 대통령에게 직언함으로써 여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다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부실한 면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윤 대통령이 홀로 짊어져야 할 짐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내 파인그라스에서 윤 대통령과 1시간 20분가량 면담을 가졌다. 이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지 83일 만이다. 이날 만남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3자면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이 독대가 아닌 면담, 만찬이 아닌 차담으로 형식을 제한했고, 이에 한 대표가 응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면담 의제에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만남의 형식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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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0.21/사진=대통령실 제공 |
이에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붉은색 파일과 함께했다. 파일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내용들이 정리된 서류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면담 전 측근들에게 “할말은 다 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작심 발언을 쏟아낼 채비를 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 10.16 재보궐선거 당시 청취한 민심을 언급하며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제2부속실 출범뿐만 아니라 공개 행보 중단과 특별감찰관 부활까지 필요하다는 요구다.
또 면담 전 대통령실에 제시했던 대통령실 인적 쇄신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에 김 여사 라인으로 알려진 비서관·행정관이 존재하며, 이들이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한 대표는 김 여사에게 제기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총선 개입 의혹을 해명하고 진상규명에도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 등에 조속한 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직언한 3대 요구에 긍정적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는)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다. 또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의혹사항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의 임명 필요성과 여·야·의·정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 개혁 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점도 말씀드렸다. 다만 개혁의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라고 설명했다.
박 비서실장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한 대표의 요구는 사실상 ‘묵살’ 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빈손 면담은 예고된 바’라는 반응이다. 다만 빈손 면담의 정치적 책임은 한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에게 향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모두 수행한 반면, 윤 대통령은 이마저도 외면했다는 이유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오늘 빈손 회동의 핵심은 한 대표가 할 말은 다 하고 오는 것이다. 그것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라면서 “한 대표가 (할 말을 다 했다면) 앞으로 여당 대표로서 최소한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만남에서 “(이번 면담은)결국 한 대표 입장에서 ‘저는 열심히 했지만, 대통령이 변할 의지가 없다’라는 점을 재확인 시켜준 것이다”라면서 “이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의 책임은 윤 대통령 탓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가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면담이 빈손으로 끝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주가조작에서 여론조작, 공천개입, 국정농단까지 무수한 의혹에도 오로지 김 여사만 지키려고 하는가. 국민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은 절망스럽다”라면서 윤 대통령을 질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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