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전력망 관련 기업들이 경기 불황 속에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외 전력기기 등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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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대전력망 기술회의(CIGRE)에서 방문객들이 LS전선-LS일렉트릭의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S전선 제공 |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의 영업이익은 매분기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인 1096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세의 배경에는 북미 시장이 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수주가 확대되면서 해외 사업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은 상반된 분위기이긴 하다"며 "전력망 수요 증가와 더불어 수주가 대폭 늘어나면서 호황기를 맞이한거 같다"고 말했다.
수주 잔고도 넉넉하다. LS일렉트릭은 선제적 설비투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9년까지 약 2조5000억 원의 수주 잔고를 채운 상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전망되는 대목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늘어난 16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수주잔고 역시 오는 2026년까지 물량이 모두 찬 상태다. 이후 물량은 수익성 위주로 선별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증설에 따른 향후 매출 증대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변압기 매출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미국 앨라배마 고장 증축, 울산 공장 레이아웃 변경 공사에 이어 최근엔 울산 변압기 철심공장을 신축했다.
전선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전선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272억 원(연결기준)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56% 증가한 금액이다.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물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전선은 올해 3분기에만 미국에서 2800억 원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간 총 6100억 원 수주고를 올린 바 있다. 또 이달 초에는 싱가포르에서 작년 연매출 30%에 해당하는 8400억 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추가했다.
향후 10년 간 호황 싸이클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50년 6360억 달러로 약 3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며 "미국 시장이 전력기기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안보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유럽시장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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