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한국 김치가 중국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값싼 중국산 김치는 한국 시장을 점령했지만 정작 한국의 김치는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 문제가 언급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 문제가 언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방송화면 |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 향후 절차를 진행해 (한국산) 김치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은 올해 초 한국산 김치 수입을 막았던 위생기준을 개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이 검역 조건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 내 고시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 김치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상태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산 김치가 중국에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2010년 이후 중국이 수입 김치에 까다로운 위생기준을 적용해 수출길이 막혔다.
중국은 김치를 발효식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100g당 대장균군이 30마리 이하여야 한다는 중국식 절임배추 '파오차이'(泡菜)의 위생 기준을 김치에 적용해왔다.
생채소와 양념으로 만들어 발효하는 한국산 김치가 이러한 중국 위생기준을 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파오차이는 소금·고추 등을 넣은 양념을 한 번 끓여 사용하는데다 여기에 배추 등을 넣고 밀봉해 숙성하므로 대장균군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김치는 살균된 볶음김치뿐이었다. 2013년에는 김치를 중국에 한 조각도 수출하지 않았으며 작년에는 볶음김치 3t(1만6000 달러)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중국에 김치에 대한 위생기준을 따로 마련해주거나 절임 채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계속 요청했다.
올해 2월 중국 정부는 절임 채소에 적용하는 위생기준을 김치 등 비멸균 발효제품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위생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김치에 대해 더는 대장균군 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김치에 적용하는 위생기준을 국제 식품 규격에 맞춰 개정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도 통보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김치의 검역 조건에도 한국과 중국이 합의해 이제 중국 내에서 남은 행정 절차만 끝나면 김치의 중국 수출길이 활짝 열린다.
중국으로의 김치 수출이 가능해지면 심각했던 김치 무역역조 현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와 김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길이 열려도 중국산보다 가격이 3∼5배 비싸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