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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망언 도올 김용옥은 왜 망가졌나

2015-11-04 09:0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우석 주필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던가? 한동안 뜸했던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국사교과서 문제에 뛰어들어 “국정교과서는 근원적으로 잘못된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끼리끼리 노는 자리에서의 발언인데, 앵커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일 그렇게 말했다. 

가관이다. 도올의 엉터리 발언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옥석은 가려져야 옳다. 더구나 그는 10년 훨씬 이전부터 지적(知的) 파산자에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됐으며, 전 같은 사회적 영향력도 사라진 처지가 아니던가?

때문에 그의 발언쯤이야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단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활동을 계속 한다면 차제에 필자의 손으로 사망선고를 내려주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게 지식사회의 안녕과 그의 신상에도 좋을텐데, 도올의 발언은 노컷뉴스 등에서 뉴스로 포장해 연신 다뤘다. 급기야 포털의 메인화면에도 등장했다.

도올 김용옥을 망친 것도 결국은 좌편향의 덫

하지만 방송에서 그가 토해낸 발언은 합리적 논거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세상에 회자되는 건 왕년의 이름값에 더해 그의 발언이 이 땅의 대다수 속물(俗物) 리버럴리스트들의 입맛과 통하는 측면이 아주 없지 않기 때문이리라.

일테면 “역사는 다양한 관점이 수용돼야 하는데, 단 하나의 교과서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일례다. 교과서는 국정-검정-자유발행제가 있는데 자유발행제로 갈 차례에서 왜 뒤로 가느냐는 항변 말이다. 다양성의 이름 아래 ‘획일화된 좌편향 교과서’가 아이들 미래를 망쳐놓고 있는데도 낡은 대의명분에 변함없이 매달리는 게 저들이다.

황교안 총리가 3일 담화에서“현행 검정제는 실패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한 게 정답이다. 박 대통령이 굳이 단일교과서 카드를 꺼낸 것은 박정희를 포함해 3공화국에 대한 시각 교정을 노린 차원이라고 도올은 애써 주장을 했는데, 그 또한 대꾸할 가치도 없다.

며칠 전 국회연설 연설에서 “역사 미화는 저부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박 대통령이 다짐하지 않았던가? 좋다. 이제야 밝히지만, 도올에 대한 내 관심은 그의 발언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다. 한 지식인이 어찌 저렇게 철두철미 망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사례연구로 흥미로울 뿐이다.

도올 대추락의 원인도 이미 안다. 말도 안 되는 자기 현시욕(顯示慾)에 더해 대책 없는 좌편향된 인식이 문제의 근본이라고 내 나름으로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갖고 있던 속물 리버럴리스트로서의 근성까지 겹쳐 도올은 책임있는 지식인으로 끝내 망가지기에 이르렀다.

일테면 도올은 4년 전 천안함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공식발표 직후 그걸 “개그”라고 조롱하길 서슴지 않았다. “이런 말하면 잡혀가겠지만, 나는 0.0001%도 설득되지 않는다”고 떠들어댔다. 그럼 그는 용기있는 우상파괴자인가? 전혀 안 그렇다. 돈과 권력 앞에 그처럼 능수능란하게 머리 조아리는 걸 잘 해내는 이도 드물 정도다.

   
▲ 도올 김용옥이 국사교과서 문제에 뛰어들어 “국정교과서는 근원적으로 잘못된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도올의 어거지 발언은 말도 안 되는 자기 현시욕(顯示慾)에 더해 대책 없는 좌편향된 인식이 문제다. /사진=연합뉴스
노무현을 성군(聖君)으로 떠받들던 사람이 바로 도올

그는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을 글로 미화하는 걸 멈추지 않았던 주인공이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아부에도 능하다. 본래 노태우를 칭송하다가 어느 순간 노무현을 성군(聖君)으로 떠받들길 마다하지 않았다.

단지 그게 좀 과해서 문제였다. “바라옵건대 시정잡배들의 쇄설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執)하는 성군이 되시옵소서.”(문화일보 2003년 4월 15일) 그건 노무현과 인터뷰를 하고 난 뒤 스스로를 소인(小人)이라고 낮추면서 아양을 떨었던 유명한 기록이다. 내 판단에 그를 망쳐놓은 것은 이런 섣부른 친노(親盧)의 좌편향 의식이 아닐까 한다.
인터뷰 1년 뒤 노무현이 탄핵되자 크게 흥분한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노무현을 탄핵시킨 국회를 왕정복고 세력이라고 규정하길 서슴지 않았다. 헛똑똑이인 그의 혼란스러운 머리 속은 종잡기가 꽤 어렵지만, 사람이 천격(賤格)이라는 건 일단 분명하다.

자유시민으로서도 결격자인데, 결정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 송두율 식의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이 몸에 뱄기 때문에 평양 전체주의 세력에 대해 썩 우호적이다. 2007년 노무현을 따라 평양에 방문해 집체극 ‘아리랑’을 관람한 뒤 그가 쓴 글이 그 증거인데, 왜 그를 지적 파산자로 봐야 하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도 중요한 과목은 용맹스러운 음악과 집체적인 체조였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은(북한은) 물질적으로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를 안내한 여성동지가 말한다. ‘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올바르게 사는 것이 목표입네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탐욕이 배제된, 지성이 실현되는 나라였다.”

“북한은 올바르게 사는 나라, 탐욕이 배제된 체제”

이 정도라면 자기 현시욕을 떠나 질환자의 수준이 아닐까? 그는 확실히 좌파다. 때문에 그는 대한민국 건국을 말하는 사람들 상종 못할 “반민족주의 우파”라고 눈을 부라린다. 동시에 목 놓아 통일을 외치면서도 북핵(北核)엔 애써 눈을 감는 모순된 사람이다.

그게 월간조선 기자 배진영이 ‘민족이란 연역적 전제 아래 세상사를 재단’이란 글(단행본 <억지와 위선>(북앤피플 펴냄)에 수록됨)에서 규정한 도올의 숨겨진 진면목이다. 도착(倒錯)되고 헝클러진 정치의식이 실로 가관이다. 지적 파산, 정치사회적 금치산자…, 그게 도올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요지부동의‘민족 나르시즘’의 덫에 푹 빠져 사는 정치적 바보가 아닐까? 그게 도올에 대한 나의 움직일 수 없는 최종적 판단임을 밝혀둔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나타나 교과서 문제에 좌충우돌 갑론을박을 했다고 국내 언론은 전하고 있지만, 때문에 내 눈에는 거의 무의미할 뿐이다.

결론이다. 현재 길림성 옌벤대 객좌교수로 있는 그의 한계란 도올 자신이 스스로 풀고 나와야 할 감옥이자, 우리사회 지식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달 다 되어가는 교과서 전쟁 덕에 피아(彼我) 구별이 용이해진 점이다. 누가 진짜이고 쭉정이인가가 대강 드러났다. 그걸 새삼 다시 보여줄 ‘내부의 오적(五賊)’, ‘외부의 오적’시리즈 칼럼은 다음 번에 싣는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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