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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펀치'로 보는 '뻔치'…도 넘은 반자본·반기업정서

2015-11-05 08:2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

각종 대중문화 장르들 중 가장 반기업-반자본주의 콘텐츠가 만연한 장르는 단연 TV드라마다. 이미 진행된 지 십 수 년 지난 흐름이라 어느 한두 작품을 거론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지만,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2014년 12월15일부터 2015년 2월17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법조드라마 '펀치’를 들 수 있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난 뒤 '자신보다 더 나쁜 사람들’과 최후의 다툼을 벌이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펀치’ 속 대기업 회장 김상민은 회사는 망했지만 수백억 원을 빼돌린 인물이다. 거기다 검사 등 고위층을 돈으로 매수해 부를 쌓은 악덕 기업주다. 한편 김상민 회장과 결탁된 법무부장관은 휘하(?) 언론들을 움직여 여론을 조작하고는 이런 대사까지 내뱉는다.

“청와대 하명이야. 김상민 회장 수사 이 정도에서 끊어. 국가 경제가 어려워. 이럴 때 기업인을 수사하고 구속하는 건 반기업 정서를 유발시킬 수도 있고.”

여타 대중문화 장르 속 재벌은 대부분 이런 식까진 아니다. 그저 (어떤 의미에서건) 강자를 악으로 설정하고, 그 대척점 약자를 선으로 설정하는 신화적 대립구도만을 옮겨온 경우가 많다. 그런 콘텐츠의 특징이 있다. 해당악역이 딱히 기업가가 아니어도 별 상관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사 몇 개만 바꾸면 그대로 일개 조폭집단으로 바꿔 설정해도 아무 관계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폭력, 마약, 음모, 불륜 등 개인적 악덕으로 점철된 기업가 상은 엄밀히 말해 '기업가가 아니어도’ 별 상관없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 속 악역-기업가를 받아들이는 대중도 이를 굳이 기업가의 문제라고 파악하진 않는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툭 하면 악역으로 설정되는 기업가들(이미 IT재벌, 미디어재벌, 석유재벌 등등 수도 없이 등장했다)을 액면 그대로 기업가라 보지 않고, 007 시리즈를 반기업 영화라 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TV드라마 속 '악당 기업가’는 이미 '단순 강자’로서의 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강자로서’가 아니라 '기업가로서’ 악행이 너무나도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설명된다. '사랑과 이별’ '외출’ '얼음꽃’부터 시작해 '황금마차’ 성녀와 마녀' 등 연속적으로 이어진 주부 대상 아침드라마 차원에서도 이미 부정축재, 탈세, 분식회계, 노동자착취, 세습경영, 문어발확장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2008년 SBS주말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대히트 이후 주말 밤, 그리고 평일 밤 드라마까지 침범하고 있다. 이들 TV드라마 속 재벌들이 악행을 벌이는 건 그저 개인의 인성적 결함 차원을 넘어선다. 기업이란 것을 운영하는 순간 악의 씨앗이 심어지고, 기업이 성장하고 확장돼가는 과정 자체에 더욱 거대한 악덕이 또아리를 틀 수밖에 없다는 인상이 심어진다. '악당 기업가’가 아니라 '기업가이기에 악당’이란 인식이 들어선다.

   
▲ SBS법조드라마 ‘펀치’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난 뒤 '자신보다 더 나쁜 사람들’과 최후의 다툼을 벌이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펀치’ 속 대기업 회장 김상민은 회사는 망했지만 수백억 원을 빼돌린 인물이다./사진=SBS드라마 ‘펀치’ 홈페이지

다시 '펀치’로 돌아가 보자. '펀치’가 막 방영되던 시점에도 반기업-반자본주의 정서를 담은 TV드라마는 많았다. 심지어 같은 SBS 내에서도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방영되고 있었다. '펀치’가 법조계와 대기업의 유착관계를 다뤘다면, '피노키오’는 언론계와 대기업의 유착관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 마디로, 이미 반기업이란 흐름은 만연하게 깔려있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여타 분야와의 결탁을 통해 소재 다양화(?)를 꾀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드라마가 똑같이 고수하는 또 다른 구도가 있다. 바로 대기업은 필연적으로 정치계와 맞닿아 있다는 설정이다. 비단 '펀치’ '피노키오’뿐 아니라 그간 방영된 수많은 드라마들에서도 이 같은 정치-대기업 유착관계를 기반으로 여러 분야 만행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해당 정치계 묘사는 일목요연할 정도로 보수정치권을 암시하는 설정이었다.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확장된 방송사 정치노조 행보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특정 정치세력을 때리기 위해 대기업을 때리고, 그렇게 둘을 '한 몸’으로 묘사해 악의 축으로 설정해야만 대중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 나온 흐름이리란 얘기다.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의 자유북소리 '예술고발'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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