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50대 여성 등산객이 살해된 지 20일째인 16일 낮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마을 무학산 등산로에는 정적만 흘렀다. 지난달 28일 홀로 산행을 나섰던 A(51·여)씨가 산행을 시작한 이곳은 평일 낮, 흐린 날씨임을 고려하더라도 등산객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원계마을에서 시작해 무학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사건 발생 전에도 등산객들이 무학산 다른 등산로에 비해 많지 않았다. 마산만을 바라볼 수 있는 반대편 서원곡 등산로가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도 원계마을 등산로는 하루 10팀 정도 등산객이 찾아왔지만 사건 이후 그마저도 발길이 뚝 끊겼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사건이 장기화하면서 A씨 가족과 관련한 이상한 소문만 무성하다. 이로 말미암아 가족들의 고통은 더 커졌다. 마을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예전부터 외지 등산객이 많아 CCTV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학산 살인사건 현장에 남은 수사 흔적
원계마을 주민들은 이번 살인 사건을 계기로 불안해 못 살겠다며 다시 CCTV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등산로 입구에는 경찰이 제작한 결정적 사건 단서 제보 권유 전단이 곳곳에 붙어 있다.
사건 현장으로 가는 등산로 곳곳에서도 전단이 눈에 들어왔다. 비에 젖지 않게 비닐로 단단히 포장한 전단에서 경찰의 절박함이 엿보였다. 사건 현장은 원계마을회관에서 무학산 시루봉 방향으로 2㎞, 무학산 정상에서 1.6㎞ 떨어진 속칭 '깔딱고개' 아래다.
A씨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등산로에서 40m 떨어진 부근이다. 경사가 심하고 수풀이 우거진 곳이다. 등산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급경사여서 사건 현장은 접근은커녕 내려다보기도 쉽지 않았다. 수사를 위해 형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통에 현장까지 없던 길도 새로 났다.
2시간여 만에 사건 현장 근처 등산로에서 여자 3명 남자 2명의 등산팀과 어렵게 만났다. 매일 원계마을 등산로로 무학산 정상까지 오른다는 이들은 "원래 일행이 6명인데 한 명은 사건 현장 옆을 지나치는 것이 꺼림칙하다고 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무학산 50대 여성 살인사건 현장…형사 100명 투입. 사건 발생 20일째…무학산 등산로엔 정적만 흘렀다./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영상 캡처 |
사건이 길어지면서 경찰 수사본부 분위기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후 몇 가지 제보 등을 분석하고 과학수사 기법도 동원했지만, 아직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진해 경찰관 피습 사건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수사본부를 차린 경남경찰은 김정완 마산동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82명의 강력계 형사를 투입했다. 최근에는 경남지방청 광역수사대, 마산중·동부 강력 형사들에 이어 창원 중·서부, 진해경찰서 형사 15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특히 지역 담당 마산동부경찰서 형사들은 8일까지 휴무 없이 사건에 매달렸다.
경찰은 창원지역 3천여 대의 CCTV 분석은 물론 작은 단서라도 찾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1천만원 제보 포상금도 걸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를 전후해 무학산 주변 등산로에서 '등산복 차림 여성을 끌고 가거나 실랑이 중인 남성' 또는 '등산에 부자연스러운 복장을 했거나 급하게 하산하는 남성'을 목격한 경우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등산을 나섰던 다음날 오후 무학산 6부 능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남편은 28일 오후 9시께 "아내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망 원인은 머리 뒷부분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로 밝혀졌다.
김용일 마산동부서 수사과장은 "사람들 왕래가 드문 산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며 "불안해하는 주민을 안심시키고 유족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