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통합·소통’ 마지막 큰 울림 남기고 첫눈과 함께 떠나가다

2015-11-26 18:22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진행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후 운구행렬이 출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국회 정문 부근에서 의원회관 방향을 바라보며 운구행렬을 기다리는 시민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민주화 큰 별이 지다” “문민대통령 金泳三”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영결식이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의 첫눈이 흩날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 조성된 식장에서 80여분간 거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지난해 11월 관련법 시행 이래 처음으로 정부 명의의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약 7000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영결식을 찾아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을 외롭지 않게 했다.

영결식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장례위원회의 주관 하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약력보고와 황 총리의 조사(弔詞),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4대 종교의식, 김 전 대통령 생애 영상 상영, 헌화, 추모 노래 공연(청산에 살리라) 순으로 이어졌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의 운구는 오후 1시30분, 서거 당시부터 머물렀던 서울대병원 빈소를 출발해 광화문과 세종로, 마포대교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 등 강행군에 따른 건강악화로 김 전 대통령 국가장에 부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빈소를 다시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운구가 떠나기 전 영결했다.

9선 의원 출신의 김 전 대통령에게는 이날이 마지막 국회 등원이었다. 빈소를 떠난 김 전 대통령의 운구는 오후 1시50분 국회 경내에 도착했다.

부인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인 현철씨는 슬픈 표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운구를 맞았으며 장남인 은철씨도 자리에 함께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상도동계 인사들도 비통함 속에 영구차 행렬을 지켜봤다.

국회의사당에 영구차가 입장하자 국방부 소속 의장대 도열병은 ‘받들어 총’ 의식으로 고인을 맞았다. 이후 김동건 아나운서가 개식선언을 했고 정 장관의 약력보고가 시작됐다.

정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을 헌정사상 최연소 국회의원(만 25세)이자 최다선(9선) 국회의원으로 소개하며 의원직 제명과 2차례에 걸친 가택연금, 단식투쟁 등 비화를 설명했다. 지방자치제도 전면 실시, 금융·부동산 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 업적도 소개했다.

황 총리는 조사를 통해 “나라를 위해 헌신해오신 대통령님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김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님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특히 서거 첫 날부터 빈소를 지켰던 김 전 의장은 추도사 낭독 처음부터 울먹이기 시작했다가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영결식 시작 전부터 영하의 날씨 속에서 흩날리던 눈발은 식중 함박눈으로 바뀌어 김 전 대통령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대변하듯 갈수록 거세게 내렸다. 참석자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기독교 종교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종교 의식이 끝난 직후에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사진=미디어펜

추도사 이후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종교 의식이 진행됐으며 약 5분 분량의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이 상영 중에는 차남인 현철씨가 목놓아 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 등 상주 및 직계 유족, 정부·정계 인사, 세계 각국 대표 등의 헌화 및 분향이 진행됐고 이어 추모 노래인 ‘청산에 살리라’ 중창 공연, 3군(육·해·공)의 조총 발사를 끝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 손명순 여사가 고인에게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영결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여야 지도부 등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 김 전 대통령에게 헌화·분향했다.

   
▲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등이 참석했다./사진=미디어펜
   
▲ 정의화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원내대표 등이 헌화·분향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아울러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각당을 대표해 고인을 애도했다.

이밖에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자리를 지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도 참석했다. 고(故) 김동영 전 의원과 함께 '좌(左)형우 우(右)동영'으로 불렸던 최형우 전 내무장관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영결식을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도 고인을 애도했으며 동교동계 인사들도 상당수가 영결식에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는 영결식을 마친 직후 국회 경내를 벗어나 안장식이 이뤄지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은 눈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국회 경내에 남아 현충원으로 천천히 떠나는 운구행렬이 정문을 벗어날 때까지 기다려 배웅했다.

국회 정문 앞 일대 도로변까지 나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이날 수많은 시민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운구행렬에 접근을 자제해 달라는 경찰의 통제에 기꺼이 따르는 모습이었다.

안장지로 이동하는 영구차는 동작구 상도동의 김 전 대통령 사저, 기념도서관 등을 경유했다.

안장식은 국립서울현충원 주관으로 진행되며, 김 전 대통령의 묘소는 서울현충원 장군 제3묘역 오른쪽 능선에 조성된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