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정국이 끝나면서 정치권의 눈은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로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소위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인 ‘문·안·박’연대에 대한 안철수 의원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29일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주류·비주류 측 입장이 엇갈리는 등 내분은 좀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되레 안철수 의원의 입장 발표의 분수령이 될 주말을 앞두고 더욱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잠시 동안 휴지기를 맞았지만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해와 통합’이라는 메시지는 결국 조문정국이 끝남과 동시에 잊혀진 말이 되어 가고 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 ‘화해와 통합’은 무덤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함께 묻힌 말이 되어 버린 셈이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문ㆍ안ㆍ박’(문재인ㆍ안철수ㆍ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했으나 당 내홍은 거세지는 상황이다. 최고위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비주류 의원들은 “늘 안하무인 독선적 태도”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발언까지 쏟아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간의 줄다리기는 두 사람이 그리고 있는 혁신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생각하고 있는 혁신은 친노·486 운동권 중심의 야당의 인적쇄신이다. 즉 인적그룹을 이들이 아닌 전문가 중심으로 바꾸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안철수 의원은 유죄판결 즉시 제명 등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철수 의원의 기준으로 보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제명’ 대상이다. 문재인 대표는 대법원 판결을 놓고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싸고 있다. 인적쇄신의 경우 문재인 대표로서는 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숙제다. 친노그룹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 오면서 이미 계파별로 갈갈이 찢어진 상태다. 친노와 비노로 갈려 비주류측에서는 연일 문재인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와 등을 돌린다는 것은 문재인 대표로서는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친노 쇄신을 생각했다면 문재인 대표가 버티기로 일관해 온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또 한가지 서로 다른 지향점이 있다. 안철수 의원은 폭력시위에 대해 공권력의 과잉진압과 폭력시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판해왔다. 즉 폭력시위도 과잉진압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공권력의 과잉진압만을 문제 삼고 있다. 즉 문제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그리고 있는 혁신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공동체제 수용 선조건은 인적쇄신과 부정부패 척결이지만 문재인 대표로서는 이 두가 모두가 아킬레스건이다.
문재인 대표는 돌파구로서 호남 구애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25일 광주를 찾아 “호남과 새정치연합은 운명공동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통해 호남의 꿈을 되살릴 자신이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호남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주류인 주승룡 최고의원은 “역대 이렇게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하고도 끈질긴 대표는 없었다”며 되레 비판의 날을 세웠다.
주류·비주류 의원들간의 세 대결 양상도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주류측 의원은 안철수 의원에게 공동지도부 수용을 촉구할 예정이고 비주류측은 공동지도부 거절을 요구하고 있다. 비주류측은 전직 당 대표급들이 참여하는 공동선대위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비주류측 한 중진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최후통첩을 거부할 경우 탈당 사태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까지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은 결국 안철수 의원의 29일 입에 달려있다. 공동체제를 거부할 경우 당의 파열음은 더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안철수 의원이 내건 조건을 문재인 대표가 수용하고 손을 잡는다 해도 문 대표로서는 당내 기반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지금껏 그 많은 당내 목소리를 외면하고 버티기로 일관해 온 문재인 대표로서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애시당초 우문에 대한 현답을 기대할 수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