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밤 11시가 될때까지 국회 본회의장을 비웠던 여야는 본회의 개의 후 자정을 48여분 넘기고 나서야 386조4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는 2일 밤 늦게 개최한 본회의에서 자정을 넘긴 3일 새벽, 올해 예산보다 11조 원(2.9%) 늘어난 386조3997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총지출 기준)을 통과시켰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386조7059억원보다 3062억원 순삭감된 규모이다.
그러나 지난해 12년 만에 처음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했던 국회는 불과 1년 만에 다시 헌법이 규정한 시한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오점을 남겼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 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지 못했고,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에 따라 정부 원안이 지난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에 따라 여야는 '법외 심사'를 통해 합의한 수정안을 예산안 처리시한이었던 전날 오후 11시 개의한 본회의에 제출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결국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수정된 예산안은 찬성 197표, 반대 49표, 기권 29표로 가결됐고, 정부 원안은 자동 폐기됐다.
최대 쟁점이었던 유아 무상보육(3~5세 누리과정) 예산은 여야 합의에 따라 예비비로 3000억원을 지방교육청에 지원하게 된다. 올해도 정부는 5064억원의 무상보육 예산을 예비비로 지출한 바 있다.
주요 증액 항목을 보면 복지 수요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보육·육아 지원을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 예산이 5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영유아 보육료(0~2세) 지원은 정부안(2조9618억원) 보다1442억원 증액돼 올해 대비 6% 늘었다.
보육교사 근무수당도 3만원을 올린 월 20만원을 지원하도록 269억 원을 늘려 1791억원을 배정했다. '아이돌봄지원사업' 예산도 시간당 단가를 6100 원에서 6500 원으로 인상해 41억 원 증액했다.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 예산도 100억원 증액, 기저귀 지원 단가는 월 6만4000원으로, 분유 지원 단가는 월 8만6000원으로 2배 올렸다.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는 국고에서 301억원을 반영하고 행정자치부의 특별교부금에서 301억원을 추가 지원토록 했다.
교통·물류 분야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서도 각각 4000억원과 2000억원 증액됐다.
달 탐사 예산이 200억원으로 갑절 늘었고, 무인 이동체 핵심기술 개발 예산도 6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 기반 조성 예산이 10억원에서 40억원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밭 고정 직불금이 1060억 원에서 1431억 원으로 늘었다.
국방 분야의 경우 내년부터 입영 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사병 인건비 총액이 9512억 원에서 225억 원 오르고, 기본급식비도 1조4246억 원에서 272억 원이 증액됐다.
주요 삭감 항목을 보면 일반·지방행정 분야에서 1조4000억원이, 국방 분야와 예비비에서 각각 2000억 원씩 깎였다.
'대통령 관심사업'으로 불린 나라사랑 정신 계승·발전 예산이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깎였고, 국가정보원 활동 예산은 4863억 원 가운데 3억원 줄었다.
경인아라뱃길사업 지원 예산은 800억원 중 130억원이 삭감됐다.
반면 야당이 삭감을 별렀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과 여당이 깎으려 했던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은 원안 유지됐다.
예산 부수법안은 2018년부터 목사, 신부, 승려 등 종교인의 소득에도 과세토록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15건이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세법상 기타 소득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한 것으로, 종교인 개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이 차등 부과된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논의가 시작된 이래 47년 만에 입법화 됐고, 시행은 50년 만에 이뤄지게 된다.
다만 종교단체는 과세 대상에서 빠져 '반쪽 법안'이라는 비판이 있고, 실제 과세 시점도 20대 총선과 대통령선거 이후인 2018년 1월로 미뤄져 법 재개정을 통한 과세 폐지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모와 10년 이상 함께 산 무주택 자녀가 집을 물려받을 때 내는 상속세의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대폭 올리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