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복면 뒤에 숨어 공권력을 두들겨 패고 불법·폭력시위를 일삼는 전문 시위꾼을 막아보자는 취지의 복면금지법안(집시법 개정안)을 놓고 일부 야당 의원들이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며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시위꾼의 93%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시위라면 얼굴을 숨길 이유가 없다. 서구에서 집회·시위 중 복면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닐뿐더러 책임도 따른다. ‘공공의 안정과 질서’가 우선돼야 한다. 집회를 막는 것이 아니라 불법·폭력을 막겠다는데 정치인까지 나서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일 부산 도심에서 가진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면을 착용했다. 집회·시위에서 복면을 쓰고 맘껏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꾼들을 막으려는 복면금지법안을 조롱한 것이다.
▲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복면금지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정의당 김세균 공동대표(오른쪽)와 심상정 대표가 복면을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복면금지법을 ‘복면가왕 폐지법’이라고 비꼬았다. ‘복면가왕’은 MBC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유 최고위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MBC 인기 프로그램 복면가왕 폐지법을 주장하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다”며 폭력 시위대의 복면을 금지하겠다는 것을 ‘복면가왕 폐지법’이라고 어처구니는 주방을 한다. 원색적인 상상력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복면금지법’과 관련 “새누리당의 ‘복면금지법’으로 집권 여당의 민주적 감수성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복면금지법’ 이야기에 모 방송의 인기프로그램 ‘복면가왕’ 폐지를 떠올리는 국민들의 조롱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소설가 이외수도 트위터에 “웃기지만 마냥 웃지도 못할 세상에 묻는다”라며 “복면금지법 통과되면 복면가왕도 종방되나요”라고 적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작가가 공공질서와 준법을 위한 조치를 일개 오락프로그램에 비교했다. 그야말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답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복면금지법 때문에 복면가왕도 폐지된다는 논란은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복면금지법은 막무가내로 마스크 착용 자체를 금지한다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본질 부분은 침해 못한다”고 덧붙였다.
집회와 시위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표현은 양심을 외부에 알리는 수단이지 ‘복면’ 뒤에 숨어 불법·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유가 아니라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떳떳하다면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채 자신의 주장을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과연 시위꾼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와 횃불이 자신을 향한다면 이런 소설이나 쓰고 희화화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