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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①]탈탄소 압박 ‘중후장대’…“비용 부담 커진다”

2025-12-11 14:28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산업계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2040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처럼 기술적·경제적·구조적 한계 속에서 산업계가 직면한 탈탄소 전환의 어려움과 정부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산업계 내에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정유업계 등을 중심으로 탈탄소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며 산업계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계 내에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정유업계 등을 중심으로 탈탄소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목표였으나, 이를 2035년까지 53~61% 감축하는 방향으로 강화했다. 

정부는 NDC 상향에 대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산업계의 반발에도 계획을 강행했다. 

실제로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주요 산업계는 “최근 국내 제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 주요국 관세 인상, 내수침체 장기화 등 국내외 환경 악화로 수익성 저하와 경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NDC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NDC 상향 조정은 산업계에 탈탄소 비용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배출권거래제·EU CBAM’에 우려 확산

철강산업은 탄소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NDC 목표 상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업계 내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비용 확대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할당량 내에서 배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기업은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 수 있고, 많이 배출하면 부족분을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철강산업 특성상 할당량 내에서만 배출하기 어렵고, 배출권을 다른 곳에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NDC 상향으로 인해 배출권 충량이 감소하고, 이는 곧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기준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 원대인데, 향후에는 4만~5만 원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철강업계의 배출권 구매 부담이 1조3756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EU의 CBAM 제도 역시 철강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U CBAM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제도다. 

철강 역시 CBAM 대상 제품이며, 국내 철강업체들도 EU로 수출할 때에는 탄소배출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EU에 올해 11월까지 354만7000톤을 수출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EU가 한국 철강업계의 주요 전략 시장임을 보여준다. 

CBAM이 본격 시행될 경우 국내 업체들은 추가 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어 철강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면 철강 제품 가격에도 반영이 돼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불황에서는 가격 반영이 쉽지 않다”며 “EU CBAM 역시 탄소 배출로 인한 규제기 때문에 결국은 탈탄소 역량이 수출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화·정유업계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 줄이기 어려워”

탄소배출이 많은 또 다른 산업인 석유화학·정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 특성상 배출량이 많아 감축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친환경 설비 전환과 원료 대체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커 NDC 상향에 따른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먼저 석유화학·정유업계 내에서도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배출권 구매 부담은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4352억 원, 정유업계는 9147억 원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배출권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내에서는 탄소 배출을 단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가동률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또 가동률을 생산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와 설비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배출권 비용까지 늘어나면 투자 여력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도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철강·석유화학·정유업계는 친환경 설비 도입, 신재생에너지 도입, 자체 발전설비 도입 등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제약과 막대한 투자 비용 탓에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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