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체들이 우주를 새로운 성장 무대로 삼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이 우주 발사체와 위성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민간 우주 시대를 열어갈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우주 사업을 키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방산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이 우주 발사체와 위성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민간 우주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현대로템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조감도./사진=현대로템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 항공우주 부문에서 영업이익 3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60억 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상방산 부문에 비해 실적에 비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을 실현하며 항공우주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우주 발사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과 조립까지 총괄하며 성공을 이끌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의 총괄 주관 제작 사업자로도 선정돼 국내 우주 사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주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2028년까지 9500억 원을 투입해 우주발사체 추진제 탱크 공장을 건설하고, 항공우주 사업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며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2035년에는 우주항공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KAI가 본체개발을 주관한 다목적 실용위성 7호./사진=KAI 제공
◆위성·우주 발사체로 영역 확장…성장 기반 기대
KAI는 우주 관련 사업으로 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항공기 개발을 통해 축적한 설계·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다목적 실용위성,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등 다양한 위성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아리랑 7호 위성 발사에 연이어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KAI가 총괄 주관해 제작했으며, 아리랑 7호 위성은 본체 개발뿐 아니라 시스템 공동설계 및 위성체 조립시험 분야에도 참여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KAI도 설비 구축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에는 소형부터 대형 위성까지 시험이 가능한 4톤급 대형 열진공 챔버 시설을 민간 최초로 구축했으며, 향후에는 전자파 시험 시설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설계부터 제작 및 환경시험에 이르는 위성 개발 전체 프로세스를 한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다는 목표다.
현대로템도 지상 방산 중심에서 우주로 영역을 확대하며, 종합방산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우주 발사체를 중심으로 우주 사업을 전개할 계획으로, 올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추진하는 35톤급 메탄엔진 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했다.
특히 현대로템은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메탄엔진 연소 시험에 성공한 바 있어 우주 발사체 메탄엔진 상용화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탄엔진은 차세대 발사체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만큼 현대로템의 기술력 확보는 향후 발사체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대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 시너지·신성장 동력”…민간 우주 시대 이끈다
이처럼 국내 방산기업들이 우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방산과의 시너지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방산에서 활용되는 핵심 기술들이 우주 관련 기술과 겹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항공기 엔진 기술은 발사체 기술로 확장되며, 레이더 기술은 위성과, 지상 통제 시스템은 위성 관제 기술로 연결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주 사업은 결국 방산 기술 개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존 기술 경쟁력을 활용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산업체들의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우주 사업 진출로 이어졌다. 방산이 현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사업을 통해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우주 산업은 정부 주도의 개발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우주 사업을 주도하는 시대로 전환이 시작됐다. 이에 우주 발사체·위성 등을 중심으로 우주 관련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에서도 민간 기업의 우주 사업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산업체들은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삼아 우주 사업에서도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이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한다면 좋겠지만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는 만큼 부침이 있을 수 있다”며 “우주 사업이 방산을 보완하고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할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